[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14) 베트남의 상징 아오자이와 논

2020-06-05 20:25

[안경환]


아오자이는 베트남의 전통의상이고, 논은 머리에 쓰는 모자로 베트남사람의 상징이다. 아오자이를 입고, 논을 쓴 사람은 어디에 있든 베트남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세계 각 민족의 대표적인 의상은 일상복이 아니라, 의식과 축제에 입는 아름다운 의상을 말한다. 인류에게 있어서 먹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입는 것이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환경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 이외에도 커다란 사회적 의미를 갖게 해준다. 옷은 입고 있는 사람의 사회적인 지위, 직업, 출신 지역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전통 의상은 한국인, 몽골인, 중국인, 일본인, 인도인, 아랍인 등 다른 나라 사람의 복식과 혼동될 수 없다. 베트남 사람들 복식의 특징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소는, 열대 지방의 고온 다습한 기후와 벼농사를 짓는 농업활동이다. 더운 기후 탓에 과거에 베트남 여성들은 평상시에 치마를 입었다. 치마는 동남아 전 지역의 전형적인 의복이었고,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치마를 입었다. 치마를 입으면 통풍이 잘되어 더운 날씨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치마는 논에서 작업을 하기에 매우 편리한 옷인데, 가랑이가 없어 물이 있는 논에 들어갈 때, 쉽게 걷어 올릴 수 있다는 편리성이 있다.
 

 



◼ 전통의상은 단추가 왼쪽에 있는 좌임(左袵) 문화

아오자이는 종류가 다양하고, 남북 베트남에서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축제 때 베트남 사람들은 아오자이를 입는데, 여성들은 어두운 색의 4자락으로 이루어진 아오뜨턴이라고 하는 넓은 옷을 덧입는다. 남성들은 검은 색이나 갈색의, 보통은 얇게 짠 검은 옷인 아오테템이라고 하는 아오자이를 입는다. 속에는 아래쪽에 주머니가 2개 달린 짧은 상의, 아오응안을 입는다. 북부에서는 아오까인이라 하고, 남부에서는 아오바바라고한다. 하의는 흰색의 바지를 입는다. 여성의 아오자이는 4자락의 아오뜨턴, 5자락의 아오남턴으로 구분된다. 보편적인 것은 아오뜨턴이다. 아오뜨턴은 4자락의 천을 이어 만들고, 두 개의 뒷자락이 등뼈를 따라 연결되어 있고, 앞쪽은 단추가 없고 두 자락으로 입을 때는 자연스럽게 내버려두거나 서로 여며지도록 묶는다. 아오남턴은 아오뜨턴과 같이 만드나, 왼쪽 앞자락이 오른쪽 너비의 2배인 2자락의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밧까라고 하는 왼쪽 앞자락이 오른쪽 자락을 덮으며, 오른쪽 자락은 밧꼰이라 한다. 아오남턴의 왼쪽 자락이 더 크고, 왼쪽 자락의 위에 덮이는 것은 오른쪽보다 왼쪽을 중요하게 여기는 남방문화의 전통이다. 오행에 따르면 왼쪽은 동쪽이며, 오른쪽은 서쪽이다. 동남쪽은 농업문화의 전형적인 방향이며, 서북쪽은 유목문화의 전형적인 방향을 나타낸다. 고대 베트남의 복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왼쪽을 중요시 여겨 왼쪽에 단추를 달았다. 단추를 왼쪽에 다는 습속을 좌임(左袵)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남쪽, 즉 양(陽)의 위치에 있어 음(陰)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문화적인 전통이 있다. 사람들은 비밀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색상도 축제 때 입는 옷이라도 어두운색(음의 색)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과 축제는 즐거워야 하는 양(陽))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의상도 그에 상응하는 색이어야 했다. 이러한 음과 양의 모순적인 성향을, 베트남 사람들은 아오자이 속에 화려한 색의(노란색, 레몬 색, 연꽃잎 색, 복숭아 색, 하늘색 등) 아오응안을 보일 듯 말듯하게 입는 것으로 해결했다. 안에도 역시 목을 가리고, 가슴에는 흰색 혹은 붉은 색의 옘을 입었다. 또한 음(陰)적이며, 미묘하고 비밀스러운, 잘 드러내지 않는 전통 때문에 베트남 여성의 아오자이는 보통 넓게 만들며 허리를 가려서 여성의 몸매의 아름다움을 감춘다. 그럼에도 베트남 여성들은 전통의상의 허리를 묶는 띠를 사용하여, 아오자이를 단정히 보이게 함과 동시에 여성의 신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게 하여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서구화의 영향으로 20세기 초부터 전통 아오자이는 점점 개량되었다. 색상이 다양화되었고, 몸에 달라붙고, 가슴이 두드러지고 허리부분이 꼭 맞도록 만들어졌다. 옆구리의 트임이 위로 더 높아져 갈비뼈 부분이 드러나게 되었고, 부드럽고 얇은 천으로 만들어 졌고, 아오까인 안에는 옘 대신에 서구에서 유입된 브래지어로 가슴을 정리하여 전통적으로 섬세하고 비밀스러운 특징인 음의 성격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식 아오자이는 어두운 색상을 버리고 밝은 색을 사용하고, 꽃장식이나 꽃문양을 사용하여 화려함을 더해 주었다. 현대식 아오자이는 단정하고 비밀스러운 면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 부분을 트임으로 엉덩이 살이 비쳐 나오게 했고, 옷으로 덮인 어깨의 등 부분의 살이 비치도록 하여 서구 여성들의 대담한 노출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오자이는 음(陰)적인 요소에 서구화의 영향으로 양(陽)적인 요소가 가미된 음(陰)과 양(陽)이 조화를 이룬 전통의상이 되었다.
 

 


◼ 머리에 착용하는 장신구 - 논

베트남인의 복장을 이야기 할 때, 머리에 착용하는 장신구도 베트남인의 전형을 만들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장신구들도 햇볕이 뜨겁고, 비가 많이 내리는 열대지역에서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옛날 여성들은 머리를 길게 길렀고, 긴 천 조각을 사용하여 머리카락을 말아 머리 위에 감아 올렸는데, 이를 번똑이라 불렀다. 이때, 귀 옆의 머리를 약간 밖으로 나오게 하였는데, 닭의 꼬리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똑 두오이 가” 라고 하였다. 베트남 민요에는 “똑 두오이 가” 머리를 한 여성을 최고로 아름답다고 하였다.

“최고의 아름다운 여성은 두오이 가 머리를 한 여성이고,
그 다음이 말을 매력있게 잘하는 여성이다.”

추운 날씨에는 칸부옹이라고 하는 4각형의 천을 번똑 위에 덮었다. 까마귀 주둥이 모양으로, 앞쪽은 뾰족한 부리 모양을 하고 있고, 턱 아래로 천의 양 끝을 동여 메었다. 더운 계절에는 천의 양 끝을 머리 뒤쪽으로 묶었다. 일을 하러 나갈 때, 남자들은 “칸 더우 지우”라는 도끼날 모양의 천을 감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할 때에는 “칸쎕”이라는 천을 둘렀다. 베트남 남부의 사람들은 보통 “칸잡”이라는 얼룩무늬가 있는 천을 둘렀다. 이러한 수건 위 또는 수건을 대신하여 비와 햇볕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논이라는 원뿔형의 갓이다. 논의 명칭도 다양하고, 논의 모양새에 따라 사용자의 직위와 직업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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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의 종류로 착용자의 신분을 나타내

논매는 낡고, 태가 없으며 꼭지 부분에 구멍이 난 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이삭줍기를 하러가거나, 우렁을 잡거나, 소를 몰고 나갈 때 썼다. 씩로를 모는 사람들은 논꾸리바쑤(3전짜리 싸구려 논이라는 뜻)를 썼다. 프랑스 식민 시대의 병사들은 접시를 머리 위에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이 생긴 대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논린 또는 논저우를 썼다. 꼭지부분에는 동으로 만든 부분이 달려 있고, 뒤편에는 천 조각이 목덜미를 덮었다. 나이가 많은 여성의 경우에는 “논응에”, “논니톤”, “논바떰”을 사용했고, 스님들은 대나무와 잎을 엮어 만든, 폭이 넓고, 속이 깊은 “논뚜로”를 썼다. 지식인이나 관료층이 사용하는 논도 종류가 다양했는데, 마을 우두머리나 지방의 관리들은 작은 파인애플 잎을 섬세하게 짜서 만든 “논즈어”를 썼다. 상위 직급의 관리들은 새 깃털, 거위 깃털 등으로 만든 논을 썼는데 꼭지에 광이 나는 부분이 달려있고, 폭이 넓은 명주 끈을 달았다.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은 꼭지가 금으로 된 “논롱짱”을 썼다. 여류 문인들은 가볍고, 고상한 느낌이 나는 “논즈어후에”를 썼다.

◼ 논 제작에는 반드시 틀이 있어야

논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틀이 있어야 한다. 베트남에 “아름다운 논은 끈을 묶는 사람에게 달렸고, 아름다운 얼굴은 논의 틀에 달렸다.”라는 속담이 있다. 바로 틀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틀이 만들어지면 작은 대나무를 둥근 형태로 쌓아 올라가는데, 한 개의 논은 보통 16~20개의 둥근 둘레 틀이 모여 이루어진다. 틀과 둥근 둘레 틀이 완성되면, 논의 겉 부분을 매끄럽게 덮기 위하여, 능숙하고 숙련된 사람의 손으로 야자 잎, 파인애플 잎사귀들을 둥근 둘레 틀에 이어 연결시킨다. 이러한 작업은 항상 꼭지부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작업을 한다. 예전에는 논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장소들이 많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하떠이 지방의 랑쭈옹에서만 매년 천만 개 정도의 논이 생산되고 있다. 흰밥에는 반드시 잉어반찬이 있어야 하고, 좋은 논을 쓰고자 한다면 랑쭈옹의 것을 선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 논의 용도는 다양하다

위 부분이 경사지고, 머리 부분이 뾰족한 논은 고온 다습한 열대 자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목을 따가운 햇볕과 비바람으로부터 막아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베트남은 강우량이 많고 햇볕도 강해서 베트남 사람들은 항상 논을 쓴다. 들판에 일을 하러 갈 때에도, 시장에 갈 때에도, 축제에 참가할 때에도 항상 논을 쓴다. 논을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 거울을 달고 있는 논을 쓰고 다니면 쉽게 거울을 보고 볼 수 있다.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할 때에 부채가 되기도 한다. 우물가에서는 물그릇 대용으로 논을 사용하여 갈증을 풀어주고, 논에 물을 담아 얼굴, 손, 발을 씻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바람 부는 날씨에 논은 하나의 가리개가 되어 성냥의 불을 지피고, 담뱃불을 붙일 수 있도록 막아주기도 한다. 밖에서 잠을 잘 때는 논으로 눈을 가려서 눈부심을 막아준다. 물건 담는 용기가 부족할 때 논은 과일에서부터 생선, 채소 등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다리가 피곤할 때에는 논을 깔개로 삼아 앉을 수 있고, 들판에서 용변을 볼 때는 가리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논은 사람들을 아름답게 해준다. 젖은 눈동자, 매력적인 미소, 보조개, 하얀 목덜미, 머릿결 등과 같이 여성의 아름다운 모습을 예술작품에 담아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때문에 논은 값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베트남 남녀에게 선물용으로, 기념품으로, 실내 장식용으로 널리 사용되어지는 생활용품이다. 그리고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사가는 인기 선물용품이다.
 

 



논과 아오자이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와 함께 유유자적한 한가로움이 느껴지는 베트남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전통의상이라 하면, 대개 행사 때나 특정한 날에나 어울리는 것으로 실생활에서의 실용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아오자이는 여학생들의 교복으로, 기업체의 유니폼으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 사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오자이와 논은 시대가 거듭날수록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발전해 왔고, 열대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시원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오자이와 논은 베트남 사람의 문화적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