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동생 유진. 수수하고 소심해 보였던 첫인상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주인 행세를 하는 등 가족의 중심이 된다. 서진은 유진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고 점차 위협까지 느낀다.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속 유진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드라마·예능프로그램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자랑한 배우 송지효(39)를 떠올린다면 유진과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송지효는 단번에 이미지를 뒤집어 친숙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질적인 공포를 섬세히 그려냈다.

송지효의 변신이 놀라울 수도 있겠지만 그는 언제나 고정된 이미지를 피하려 애써왔다. 데뷔 초 영화 '여고괴담3' '쌍화점' 등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도맡았던 그는 드라마 '응급남녀' '구여친클럽' 등으로 밝고 친근한 이미지로 이미지를 뒤집는 등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그리고 영화 '침입자'를 통해 그토록 탐냈던 미스터리하고 서늘한 얼굴까지 얻어냈다.

"밝고 에너지 강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어둡고 서늘한 캐릭터에 욕심이 있었어요. 그간 제가 연기한 스타일도 아니라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죠. 장르도 그랬지만 캐릭터 자체도 미스터리하고 서늘하잖아요. 탐났죠."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반대 성향을 가진 인물을 갈망했다고 한다. '침입자'는 그의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고.

"더 열심히, 잘하고 싶었어요. 연기를 앞두고 부담스럽진 않았지만, 오히려 연기하면서 '이게 맞나?' '내가 제대로 하는 걸까?' 고민하게 됐죠."
송지효는 시나리오를 읽고 손원평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유진의 심리를 장악해나갔다. 글 속 유진과 영상 속 유진의 간극을 두고 많은 고민을 거듭한 뒤였다.

"유진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시점에 관해 많이 고민했어요. 어느 순간 드러나야 영화 구조상 더욱더 재밌게 느껴질까. 저는 글로 써진 유진을 연기해야 하는 입장이라서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죠. 시나리오에서는 유진의 실체가 조금 더 일찍 공개되는데 편집이 잘 돼서 그의 미스터리함을 십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작품과 캐릭터에 강한 열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까? 유난히 이번 작품을 잘 해내고 싶었다는 때마다 연기적인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스터리하고 서늘한 모습을 더 잘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가족과 반대되는 느낌이 강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연기를 더 잘했다면 무열 씨와 대립 관계가 더 잘 살지 않았을까요? 연기에 보탬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김무열은 인터뷰마다 "도움을 받았다"라며 송지효의 연기를 극찬한바. 송지효는 멋쩍게 웃으며 "영화를 보며 무열 씨 연기만 보였다"라고 답했다.

"다시 느끼지만, 무열 씨는 스릴러 장인이에요. 영화를 볼 때 좌석 간 거리 두기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봤지만 내내 감탄했어요. 엄지 척해주고 싶었죠."

송지효의 '김무열 극찬'은 액션 연기를 논할 때도 이어졌다. 김무열의 감정 연기도 훌륭했지만, 액션 연기도 멋졌다는 것.

"무열 씨의 액션 연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어요. (김무열의) 역할이 크게 다가왔죠. 무열 씨를 만난 게 정말 큰 행운인 거 같아요."
유진은 비주얼적으로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수수했던 첫인상과 조금씩 실체를 드러낼 때 보여주는 서늘한 얼굴은 격차가 컸다.

"처음엔 인간적인 유진을 보여주기 위해 모직 스타일로 도톰하고 포근한 의상을 선택했어요. 나중에 점점 실체가 드러나며 실크 소재의 슬림하고 정갈한 모습을 강조하죠. 의상 팀에서 애써주신 결과에요. 처음엔 도톰한 코트도 입어서 좋았는데 나중에는 날씨랑 안 맞게 얇은 옷만 입고 연기해서 고생하기도 했어요. 하하하. 유진의 의상과 헤어·메이크업 등으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그는 유진 역을 위해 7kg을 감량했다. 예민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감독님께서 '유진이가 날카롭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촬영 전 10km씩 달리면서 운동했죠. 운동으로 5kg을 감량하고 촬영 중간 유진을 연기하며 '마음고생'으로 2kg이 더 빠졌어요."

당초 '침입자'는 3월 12일 개봉에서 4월로, 다시 6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때문이었다. 개봉이 미뤄진 것에 관해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아쉬움보다 안전하게 개봉할 수 있길 기도한다"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안전이 최우선이잖아요. 우리 영화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시기도 (6월로) 결정한 거고요."

두 차례나 개봉이 연기된 것도 그렇지만 코로나 시국 속 개봉하는 첫 번째 상업 영화로 업계와 대중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송지효는 "살짝 부담된다"라며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안 좋은 소식이 들릴까 우려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상황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다 보니까….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면서 봐야겠죠. 많은 분에 여유를 줄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아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 왔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시간 남짓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어요. 많은 분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떼려야 뗄 수 없는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관한 질문도 쏟아졌다. 그는 '런닝맨' 멤버들이 본다면 낯설어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너무 궁금해요. 어떤 반응일까요? 잘 어울린다고 할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낯설다고 할 것 같기도 해요."

'런닝맨'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바삐 돌아가는 방송계에서 10년간 장수하며 사랑받는 프로그램은 드문 것이 사실. 송지효는 "벌써 10년이 됐다"라며 추억에 잠겼다.

"제가 '런닝맨'을 30살에 시작했는데 올해로 40살이 됐어요. 문득 저의 30대를 돌아보니 '런닝맨'이 당연하게 일상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가족 외 저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없더라고요. 핸드폰도, 집도 바뀌었는데 10년을 그대로 함께 한 거잖아요? 어느 한 단어로도 단정 지을 수 없는 거 같아요. 고맙고 감사해요. 여기까지 무사히 와서 정말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