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시대]① 아직 갈 길 멀다..."근로자 논다는 인식 버려야"

2020-06-03 08:00
대기업 도입 활발...인프라 부족으로 도입 어려운 업종도
직무 적합도 및 직원 신뢰 부족으로 도입 꺼리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실시하는 사업장들이 늘었다.

유연근무제는 근로 시간이나 근로 장소에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차 출퇴근제, 재량 근무제, 선택근무제 등과 같은 재택근무제나 원격근무제와 같이 근로 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제도로 구분된다.

이와 같이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는 목적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 시간·장소 등을 선택·조정해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노무비와 인프라 구축비를 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공직사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유연근무 이행 지침'을 중앙행정기관에 시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콜 센터 등 밀집 사업장에 대해서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감염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정보통신업계나 대기업 등에서 재택근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렵거나 재택근무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정부의 시행 권고에도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형태의 유연근무제 확대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연근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감염 우려를 덜어줄 뿐 아니라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각종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디지털 기기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서서든 일할 수 있다.
 
◆원격·재택근무 100 곳 중 4곳에 불과

취지는 좋지만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 비율은 낮다. 특히,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근무제보다 근로장소에 대한 유연근무제의 도입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량근무제, 원격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사업장은 조사 대상의 24.4%다. 이 중 재택근무나 원격근무와 같이 근로 장소에 대한 유연근무제의 도입 비율은 각각 4.7%와 3.8%에 그쳤다.

이처럼 사업장들이 유연근무제 도입을 꺼리는 것은 아직 수요가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사업장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이유로 '적합 직무가 없어서(68.4%)', '희망한 근로자가 없어서(12.8%)'라고 답했다.

직원에 대한 신뢰 부족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직원 근태와 근무평정 등 노무관리의 어려움을 꼽은 사업장도 9.2%로 집계됐다.
 

[자료=국회입법조사처]

반면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유연근무제 도입 이유는 '근로자의 일과 가정 양립지원(40.8%)', '생산성 등 업무 효과를 높이기 위해(36.8%)'라고 응답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0% 이상은 유연근무제 도입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업장 규모별 유연근무제의 도입 실태를 비교하면, 유연근무제를 1개 이상 도입한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 41.6%인데 반해 5∼9인 사업장은 21.1%로 사업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유연근무제 도입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유연근무제 추가 도입계획에 대해서도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300인 미만 사업장들보다 긍정적으로 답했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 사업(61.9%)과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29.4%)에서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이 높았으며, 유연근무제 비율이 가장 저조한 업종은 제조업(7.7%)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