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영은 1980년대를 풍미한 씨름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천하장사의 상징인 이만기를 꺾고 천하장사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장 선수는 그리 호감을 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가기 전 샅바싸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인데, 겨우겨우 경기가 시작되는가 싶다가도 온갖 이유를 대며 샅바를 놓아버리는 그를 보며 관중들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별로 불리해 보이지도 않는데 억울해 죽겠다며 어필하는 그를 ‘밉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어느 새 씨름팬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한창이다. 씨름으로 치자면 샅바싸움이 진행 중인 셈이다. 매번 국회가 열릴 때마다 샅바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던 모습을 이번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샅바싸움이 길어지면 꼴사나운 건 씨름판이나 정치판이나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