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GP총격] 유엔사 "남북 모두 정전협정 위반".. 국방부 "유감"
2020-05-26 18:49
북한군 우발성 판단도 보류... 반쪽짜리 보고서 한계 지적
유엔군사령부가 26일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GP(Guard Post 감시초소) 총격 사건에 대해 남북 모두에게 책임을 지웠다. 사건 발생 23일 만이다.
유엔사는 26일 'DMZ 총격사건 조사 완료' 공지문을 통해 "북한군의 총격 4발이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는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남북한 양측 모두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국적 특별조사팀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난 3일 오전 7시41분 군사분계선 북쪽에 위치한 북한군 GP에서 남측 유엔사 250번 GP를 향해 14.5㎜ 소형 화기(고사총 추정) 4발을 발사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한국군은 북한군 소형 화기 사격에 대응해 32분 뒤에 사격 및 경고방송 2회를 실시했다. 유엔사는 K-3 및 K-6 기관총을 활용한 한국군의 대응사격이 '비례성 원칙'을 위배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한 측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유엔사 독단적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엔사의 이날 판단으로 곤란해 진 쪽은 우리 군 당국이다.
이례적으로 유엔사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까지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우발적 상황'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합참은 지난 3일 총성이 들렸을 때 북측 GP 근무 교대 시간이었고, 짙은 안개가 끼었으며, GP 인근에서 북한군의 일상적인 영농 활동이 우발적 판단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 출처와 내용을 밝힐 수 없는 기술정보 등이 우발적 정황 판단의 근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유엔사가 한국군의 대응 사격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결론 내린 것도 우리 군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역시 합참이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은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정전협정 위반이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DMZ나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의 한국군의 '3~5배 응징' 수칙은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유엔사 교전수칙은 '3~5배 응징'으로 대처하는 한국군의 대응수칙과 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유엔사 발표 직후 "우리 현장 부대는 당시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하게 조치했다"며 "유엔사의 이번 조사 결과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한 실제적 조사 없이 발표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