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번영네트워크 속도내기…우방들 '차이나 딜레마'

2020-05-26 13:48
폼페이오 "믿을 수 있는 국가들과 함께 하겠다"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를 둘러싸고 미국 우방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탈(脫)중국 글로벌 생산 블록을 만들자면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달초 미국 관료의 말을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부터 윤곽을 드러낸 EPN은 디지털 비즈니스부터 에너지, 기반시설, 무역, 교육, 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통된 기준을 공유하는 경제협력 블록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9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 등을 새로운 경제 발전을 함께할 국가로 거론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쿼드 플러스(QUAD Plus)` 멤버와도 겹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동력으로 분류됐던 쿼드의 기존 회원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한국·뉴질랜드가 추가됐다. 쿼드 플러스가 코로나19 공동 대응을 위한 단기 협력체인지 혹은 새로운 장기 동맹체로 남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EPN에 이들 국가가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EPN 참여는 많은 국가에게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이는 곧 또다른 초강대국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많은 탈중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한다. 그렇다고 덥석 미국 편에 서기도 힘들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에 반대되는 입장을 표하는 국가에 경제적 보복을 서슴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호주가 대표적 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9일부터 5년간 호주산 보리에 대해 73.6%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와 6.9% 수준의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중국은 앞서 호주 도축장 4곳에서 생산된 육류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호주는 낙농업 제품들을 비롯해 육류, 와인, 해산물, 철광석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대중국 무역 비중은 매년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지난달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의 발원에 대한 국제조사 방안 지지를 표한 것을 두고 중국이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외신의 분석이다.

뉴질랜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뉴질랜드의 정부 관련 컨설팅 회사인 손더스 운스워스(Saunders Unsworth)사 파트너이자 과거 외교 관료였던 찰스 피니(Charles Finny)는 뉴질랜드 언론 뉴스룸에 "EPN은 글로벌 공급체인을 다양화하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반중국 보호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 합류할 경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면서 "필수품과 같은 일부 품목의 생산망 변화는 필요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뉴질랜드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 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파커 뉴질랜드 무역수출진흥부 장관은 EPN 내 뉴질랜드의 역할에 대해서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이와 관련해 업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대부분 국가가 EPN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인도·베트남은 중국을 대신할 제조 허브가 되기 위해 미국 기업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일 블룸버그는 익명의 인도 관료를 인용, 인도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10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그로스먼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막대한 제조 능력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라면서 "미국 정부는 인도와 베트남이 최소한 중국과 엇비슷한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빠르게 성장하길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