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 피해자는 정의연"...천영우, 日 언론 인터뷰 파장

2020-05-25 10:56
MB 정부 시절 靑 외교안보수석...위안부 문제로 對日 교섭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서 "정대협, 법 위에 군림" 비판
"윤미향, 위안부 피해자와 이해관계 다르다는 것 알게 돼"
"윤미향에 찍힌 공직자, 좌천 등으로 인생 망친다" 분위기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사익 추구 집단'이라고 정의한 데 대한 정치권 파장이 여전하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연은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회계 비리 등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 천 이사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청와대 재직 시절 기억을 회고하며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피해자가 정의연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文 정부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 피해자는 정의연"

천 이사장은 24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실린 인터뷰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는 정의연 중심주의였다"고 밝혔다.

천 이사장은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거쳐 이명박(MB) 정부 시절이던 2010~2013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이때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對日) 교섭을 담당했다.

천 이사장은 최근 불거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내놨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의연의 주장에 따라 사실상 백지화한 것과 관련, "문 정부는 위안부가 아니라 정의연을 피해자로 착각한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보다 단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청취, 피해자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인터뷰 기사가 실린 요미우리신문 24일자 지면. [사진=연합뉴스]


◆"윤미향, 위안부 피해자와 이해관계 다르다는 것 알게 돼"

천 이사장은 또 청와대 재임 시절에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의연과 접촉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정의연에 대해 '이익 추구 집단'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는 지난 2011년 12월 교토(京都)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을 고리로 사이토 쓰요시(斎藤勁) 관방 부(副)장관이 일본 측 복안(腹案)을 들고 다음 해 봄에 방한, 자신과 만난 사실을 소개했다.

당시 일본 측 복안은 '사이토안(案)'으로 불렸다. 주한 일본 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한 명씩 만나 일본 총리의 사죄 친서와 일본 국가예산에서 나온 보상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천 이사장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6명을 청와대로 초청, 사이토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위안부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정의연이 전신인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강하게 요구하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에 대해 할머니들은 난해(難解)해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사이토 부장관과 회담한 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당선인을 만나 사이토안을 설명했다며 그 이유가 "정대협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천 이사장은 당시 윤 당선인이 일본 측 안을 반길 것으로 생각했지만,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윤씨가 순수하게 위안부 피해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걸 그때 분명히 알게 됐다"며 당시 일본 측 안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나쁜 것이 아니었지만 윤 당선인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끝내는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천 이사장은 당시 한국 정부 내부적으로도 "윤씨에게 찍힌 공직자는 (좌천 등으로) 인생을 망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며 자신의 신상을 걱정하는 후배로부터 일본 측 안을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고 거론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사진=남궁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