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광주형 일자리' 갈등..."전면 재검토 해야"

2020-05-21 16:08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현대·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국내 경차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판매시장은 12만대에 불과하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공급 과잉으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을 기존 자동차 업계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차그룹은 광주형 일자리 운영법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2대 주주로, 437억원(19%)를 출자했다. 소형 차종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소형 SUV 시장이 확장된 추세 등을 보면 다양한 차종이 공급될 경우 수요도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광주에 10만대 공장 건설시 스파크와 티볼리, 코나, 모닝 등을 생산하는 울산과 서산, 창원 등 타 지역 일자리 1만2000개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차시장의 공급과잉을 불러와 전국의 일자리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태 기아차 노조 지부장도 "국내 자동차 산업 전망은 먹구름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사라진 상황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새로운 공장을 짓는것은 발전이 아닌 공멸"이라며 "일각에선 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있지만 조선업종 등 동일 업종의 이 같은 경영 위기를 수차례 봤다"고 주장했다.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 위원장도 "옛 대우자동차 시절 국민차 생산 공장으로 불렸던 경차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현재 준대형차 공장으로 리모델링 중"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경차는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광주형 일자리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차종 형태는 1000cc인데 현대차 3공장 생산 베뉴와 비슷하다. 여기에 또 1000cc를 추가하는 것은 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차업계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단체협약을 논의할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광주형일자리에는 노동자와 논의할 기구가 없는 초 헌법적인 구조"라며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분 투자를 완료한 상황이고, 차종이나 논의기구 협의 등은 GGM과 진행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와 GGM 역시 현대차와 체결한 투자협약에 이사회에 노조가 포함된 형태인 노동이사제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서 완성차 업계의 소형차,경형 SUV를 위탁하게 되면 결국 업계는 일자리를 뺏기게 되기 때문에 노조는 노사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강행 규탄 및 전면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