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F&B 국탕찌개, 경쟁사 '베끼기' 논란

2020-05-21 05:00
파우치 간편식 양반 국탕찌개 14종 출시
시장 1위 CJ비비고 제품 디자인·함량 닮아
업계 "연구개발 소극적이면 소비자 피해"

김재옥 동원 F&B 대표.[사진=동원F&B]

동원그룹의 식품계열사 동원F&B가 '미투(Me too·모방)'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 규모 3000억원대 국탕찌개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경쟁사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동원F&B는 파우치 국탕찌개 제품의 통상적인 형태와 표시 내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동원F&B는 20일 파우치 형태의 간편가정식(HMR) 제품 '양반 국탕찌개' 14종을 출시했다. 동원F&B는 한식 브랜드 ‘양반’을 앞세워 국탕찌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HMR 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반 국탕찌개의 생산을 위해 동원F&B 광주공장 3000평 부지에 400억원 규모의 신규 첨단 특수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동원F&B는 양반 국탕찌개의 올해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하고,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제품군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탕류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1178억원에서 2018년 2323억원으로 3년간 97%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처럼 제품에 잔뜩 힘을 주고 나왔지만 업계 안팎에선 '베끼기 논란'이 불거졌다. 국탕찌개 시장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과 겉포장이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제품 사진 위치와 베이지색 배경이 거의 일치했다. 특히 파우치 하단 붉은색 바를 넣은 것도 동일했다. 동원F&B가 2017년 출시했던 올림 한식 양반 국탕찌개와 이번에 새로 선보인 제품과 전혀 다른 디자인이다.

제품 성분 함량 역시 유사했다. 비비고와 양반의 차돌 된장찌개를 비교해보면 양이 460g으로 동일했다. 하단 붉은색 바 부분에 표기한 D-소비톨, 아스파탐(감미료), 글루코노델타락톤(GDL) 등 3무(無) 첨가 표시 부분도 같았다. 소고기(차돌양지)와 된장의 비율도 거의 비슷했다. 소고기와 된장 비율은 비비고가 각각 8.0%, 7.14%였고 양반은 8.1%, 7.05%였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F&B뿐만 아니라 오뚜기, 대상 등 대부분의 식품 회사의 파우치 제품을 보면 디자인이 거의 비슷하다”며 “파우치라는 포장 형태 때문에 유사해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원F&B 측의 설명과 달리 오뚜기와 대상의 국탕찌개 제품의 디자인은 전혀 달랐다. 육개장 제품의 경우 오뚜기는 노란색 바탕에 하단에 사진이 위치했고 대상도 어두운 바탕에 하단에 사진이 위치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차돌육개장(좌)과 동원F&B 양반 차돌 육개장. [사진=동원F&B, CJ제일제당]



 

특히, 동원F&B의 미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원F&B 양반죽 파우치죽은 시장에 먼저 출시된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 상품 표지와 유사해 논란이 일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특허청 부정경쟁행위 신고센터에 동원F&B 양반죽 파우치죽을 상품형태 모방 행위로 신고했다. 부정경쟁행위는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다른 사람 경쟁력에 편승해 영업하는 행위다. 상표 무단 도용, 아이디어탈취, 상품형태 모방 행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당시에도 동원F&B는 모방이 아니라고 부인했었다. 2017년 컵밥을 둘러싼 모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이 많아질수록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어 시장과 소비자에 독이 된다”며 “브랜드 자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