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2013년 외쳤던 중국몽...올해 '코로나 쇼크'로 흔들
2020-05-21 04:00
시진핑 시대 8번째 양회…역대 양회 키워드 톺아보기
코로나19 속 올해 양회 화두는 '민심 돌보기'
코로나19 속 올해 양회 화두는 '민심 돌보기'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21일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으로 시작한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들어 8번째 열리는 양회다. 양회 기간 이뤄지는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입법 개헌, 지도자 주요 연설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국 지도부의 국정 운영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양회 키워드는 매년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예를 들면 올해 양회에선 중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위기를 맞고 민심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사회와 ‘탈빈곤’을 외치며 민생에 초점을 맞춰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 민심을 다독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역대 양회 키워드를 비교해 중국 정치 ·경제·사회 다방면에서 변화를 살펴본다.
◆2013년: 시진핑 지도부 출범…’중국몽’ 제창
2013년 양회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가 물러나고 시진핑 1기 지도부가 새로 출범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된 시진핑은 전인대 폐막식에서 국가주석 취임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을 외치며 사실상 자신의 정치적 구호로 굳혔다. 시 주석은 25분간 연설에서 중국몽을 9번 언급했을 정도다. 44번 외친 ‘인민’ 다음으로 많았다.
◆2014년: '저우융캉 사건'으로 반부패 '화두'
2014년은 '부패와의 전쟁'이 한창 고조됐던 때였다. 시 주석은 ‘부패 척결’을 앞세워 권력 장악을 본격화했다. 양회를 앞두고 후진타오 시대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역임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각종 비리로 당적이 박탈됐다는 소식이 터져 나왔다. 양회에서는 반부패가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정협 개막 기자회견에서 저우융캉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협 대변인은 ‘니둥더(你懂得)’라고 답했는데, 이것이 그해 양회 최대 유행어로 떠올랐다. 니둥더는 직역하면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는 말로, '말하지 않아도 저우융캉 사건이 어떤 상황인지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저우융캉의 낙마 이후에도 시진핑 지도부의 호랑이(고위급 부패관료)부터 파리(기층 부패관료)까지 사냥은 계속 이어졌다.
2015년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 목표치를 약 11년 만에 최저치인 7% 내외로 발표하며 경제적으로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시대’를 선언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낮추되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그해 양회 정부 업무보고에선 질적 성장을 위한 각종 혁신, 창업 정책이 쏟아졌다. 전통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켜 발전시킨다는 ‘인터넷플러스’, 중국 차세대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가 대표적이다. ‘청년 창업’ 기치를 내건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구호도 정부 업무보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16년: 시코노믹스 핵심 '공급측 개혁' 대두
2016년 양회에서 중국 성장률 목표치는 6.5~7%로 제시하며 약 25년 만에 최저치로 설정됐다.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며 경제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공급측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공급측 개혁은 시진핑 주석이 처음 언급한 말로, 시코노믹스(시진핑 경제학)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시장에 돈을 풀어 내수를 촉진하고 경제 규모를 늘리는 수요 측면의 성장에서 탈피해 낙후된 공급·생산 부문을 개선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게 핵심골자다. 즉, 양적 팽창에 기댄 경제모델을 질적 성장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때부터 공급측 개혁의 핵심인 △과잉생산 해소 △국유기업 개혁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감세 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7년: 극심한 스모그에···'푸른하늘' 키워드로
중국이 심각한 스모그로 몸살을 앓던 2017년 양회 최고 키워드는 '남천보위전(藍天保衛戰)'이었다. '푸른하늘을 수호하는 전쟁'이라는 뜻이다. 심각해지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때부터 중국에선 사실상 ‘스모그와의 전쟁’이 펼쳐지며 전국 각지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쏟아졌다. 아울러 경제분야에선 4차 산업혁명이 키워드로 떠오르며 인공지능(AI), 차세대 모바일통신 5G, 공유경제 등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미래 혁신기술이 중국의 차세대 혁신분야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밖에 그해 정부업무 보고에선 ‘중국판 실리콘밸리’ 전략인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 프로젝트’가 언급됐다. 이는 약 1700조원 경제 규모의 홍콩·마카오·광둥성 경제권을 통합해 실리콘밸리 같은 세계적인 베이(Bay) 경제권을 조성하는 것이다.
◆2018년: 시진핑 新시대 시작...개헌 통한 '장기집권' 예고
시진핑 2기 지도부가 출범한 2018년 양회의 최고 화두는 개헌이었다. 개헌의 핵심은 시진핑 이름 석자를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국가주석 2연임 초과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지켜진 10년 집권 원칙을 깨고 시진핑 주석이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외신을 통해 나왔다. 사실 시 주석이 집권 1기가 마무리될 때 후계자를 지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을 깨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예고된 상태였다. 또 집권 2기 최고 지도부 7인의 절반은 시 주석의 측근 세력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지며 당내 절대적 권위를 과시했다. 특히 대외적으로 미·중 갈등, 양안 갈등이 불거지고 있던 때인 만큼, 시 주석은 집권 2기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예고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해 전인대 폐막식 집권 2기 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이겨낼 것"이라며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19년: 미·중 무역전쟁 속 대미 유화 제스처···외상투자법 개정
2019년 양회는 미국과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이 격화하던 당시 다소 처진 분위기 속에 열렸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전인대에서 통과된 외상투자법(외국인투자법)이다. 특히 여기엔 미국 정부가 그동안 문제 제기해왔던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독자 투자기업 허용 분야 확대 등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 속 중국이 외국인 투자 촉진과 보호를 강화해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또 무역전쟁으로 경기 둔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일자리 안정 등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 이전과 다른 올해 양회
양회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두 가지 회의를 통칭한다. 정협은 정책자문기구다.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된 정협은 갖가지 아이디어와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이를 정리해 국무원과 전인대에 건의한다. 전인대는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며 입법권과 인사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헌법상으론 최고 권력기관이다. 정협은 1949년, 전인대는 1954년 처음 개최돼 문화대혁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빠짐없이 개최됐다.
올해 양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과 다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신중국 건국 이래 전례없는 위기를 겪으면서다. 우선 매년 3월 초 열리던 관례가 22년 만에 깨지고, 약 2주에 걸쳐 열리던 회기도 1주로 단축됐다. 양회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약 5000명의 대표들이 한데 모여 여는 대형 회의는 사라진다. 대신 화상형식의 소규모 회의나 인터뷰 등 '언택트(비대면)' 방식이 강화된다. 양회 대표들에 대해선 코로나 핵산검사,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등 엄격한 방역 조치가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