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없는 배터리 개발... "얼려서 관찰하면 보인다"
2020-05-14 13:39
UNIST-한양대 연구진, 황화물 고체전해질 원자 수준 이미징 성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습을 포착한 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를 만드는 물질을 관찰한 연구가 나왔다. 생체분자를 손상하지 않도록 '얼려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는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Cryo-EM, 2017 노벨화학상 수상)' 기술을 안전한 배터리 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현욱 교수팀은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의 정윤석 교수팀과 공동으로 '황(S)화합물 고체 전해질'의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매우 민감해 전자빔(beam)을 쏘면 쉽게 손상되므로 일반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이 물질을 영하 170도로 순식간에 얼리면서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써서 손상 없이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체 전해질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이온이 지나는 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다른 물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 고체 전해질로 가능성이 큰 ‘황화합물’은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기 어려웠다. 황이 전자현미경이 내뿜는 전자빔에 취약해 간접적 방법으로만 내부 구조를 봐야 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성분을 조합한 황화합물을 합성하고, 열처리 온도를 다르게 한 뒤 이온 전도도를 측정했다. 이 중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은 물질을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관찰하자 '육각형 모양의 원자 배열'이 확인됐다. 대기 비개방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이용해 기존에는 분석할 수 없던 물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현욱 교수는 "대기 비개방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은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고 물질의 손상을 막는 기법이라 반응성이 높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다른 구성요소를 관찰하는 데도 적극 응용될 것"이라며 "이는 가까이 이차전지 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멀리 바이오 및 재료과학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