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앞두고 ‘경고등’ 켜진 중국 외교
2020-05-14 14:31
美·中, 코로나 책임 공방 '신냉전' 돌입
‘코로나 발원지’ 조사 호주엔 “쇠고기 수입금지” 보복
대만, 무기 수입 추진에 프랑스와도 '갈등'
‘코로나 발원지’ 조사 호주엔 “쇠고기 수입금지” 보복
대만, 무기 수입 추진에 프랑스와도 '갈등'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외교에 경고등이 커졌다. 미국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럽, 호주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전방위로 확대되는 미·중 갈등… “사실상 ‘신냉전’ 돌입”
14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정치가 과학을 넘어섰다. 따라서 미국은 바이러스에 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사평을 냈다. 경제 정상화를 서두르면 피해가 커질 것이란 앤소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경제 회복을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꼰 제목이다.
그런데 이 사평의 골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묻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행태를 비난하는 것이다. 사평은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 역시 정치적 성격”이라며 “전염병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은 과학이 주도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평은 “’사이언스(과학) 아메리카’는 전례없이 약화된 반면, ‘폴리틱(정치) 아메리카’만 강화됐다”며 “대통령부터 고위 관계자까지 모두 기본적인 과학적 상식에서 어긋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의 이 같은 대미 비난 공세는 코로나19 대처 미숙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연일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며, 중국이 코로나19 전세계 확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문제는 양국의 갈등이 단순히 언론 공방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만 문제, 무역, 해킹, 기업 제재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위협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이어 화웨이 등이 포함된 거래제한 기업을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이들 기업과 거래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올해 5월 기한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내년 5월까지 연장한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주식 투자를 원치 않는다고 발표했고, 미국 안보당국은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코로나19와 연관 지으며 해커 활동 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미·중 갈등의 양상이 사실상 ‘신냉전’ 양산에 돌입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 신냉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발원지 조사 주장 호주에 보복 조치... 영유권·국경 분쟁도 격화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에서 미국 편을 드는 다른 국가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호주다. 최근 보복조치로 ‘호주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놨다.
12일 중국은 호주 대표 도축장 4곳에서 가공된 쇠고기 수입을 전격 중단했다. 월간 수입액으로는 2억 달러(약 2450억원)어치다. 호주에서 생산되는 약 3분의1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호주 축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측은 수입 금지령을 내린 건 해당 도축장이 검역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 기원한 조사를 주장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며 “항상 소란을 피우므로 가끔 돌을 찾아서 문질러줘야 한다”는 노골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는 미국 외에 프랑스와도 논쟁을 펼치고 있다. 대만이 프랑스로부터 무기 수입을 추진하는 것에 중국이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군은 프랑스의 방산기업 DCI로부터 8억 대만달러(328억원)규모의 다게(DAGAIE) 미사일 교란장치 발사기 구매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자오리졘(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과의 무기 거래를 추진하는 프랑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중·불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면 무기 판매 계획을 철회하라"고 경고했다.
영유권·국경 분쟁 지역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베트남, 일본, 인도 등과 각각 남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국가와 관계가 악화하자, 중국 당국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양회에서 외교 관련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