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도체굴기]SMIC, 100% 자체 반도체 양산 돌입

2020-05-13 06:00
SMIC, 화웨이 기린 710A칩 양산 성공...주파수 2.0GHz
"해외, 대만 TSMC 의존도 줄일 수 있을 것" 업계 기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

최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가 화웨이 스마트폰 반도체칩 '기린 710A' 양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현지 언론들이 내놓은 평가다. 이는 중국이 100% 지식재산권을 가진 첫 반도체로, 해외는 물론, 대만 기술에도 의존하지 않고 자체 힘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2일 화타이증권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SMIC는 자사 전 직원에게 14나노(nm) 핀펫(Fin FET) 기린 710A를 탑재한 화웨이 아너 스마트폰 '플레이 4T'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기린 710A는 팹리스(공장 없이 설계만 하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하고 생산은 SMIC가 맡았다. 14나노 기린 710A 칩의 메인 주파수는 2.0GHz에 달한다. 

애초 기린 710 시리즈는 대만 TSMC의 12나노 공정으로 양산됐는데, 이번 기린 710A는 100% 중국 본토 기업의 손길을 거친 14나노 공정 반도체다.

화타이증권은 "SMIC가 양산에 들어간 14나노 핀펫 반도체 상용화를 가늠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아너 스마트폰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사진=웨이보 캡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SMIC에 전폭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대만 TSMC 등에서 물량 조달이 어려워졌다.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는 그동안 하이실리콘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중요 반도체 부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왔다. 하지만 하이실리콘은 설계만 하는 회사인 만큼 대부분의 생산은 대만 TSMC에 의존해 왔다.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산 반도체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TSMC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어렵게 만드는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화웨이는 올해부터 일부 주문을 TSMC에서 SMIC로 바꿨다. 

업계에선 중국 본토에서 양산된 반도체를 화웨이가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이를 통해 미·중 관계의 좋고 나쁨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MIC는 지난달 30일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추가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홍콩 증권거래소에 이미 상장된 SMIC는 커촹반에서 최대 16억8600만주까지 신주를 발행해 234억 위안(약 4조362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조달한 자금은 주로 상하이에 짓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인 'SN1'에 투입해, 14∼7나노 공정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나머지 자금은 회사 자금 유동성 확보에도 쓰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