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아주캐피탈 인수 타이밍 '고심'

2020-05-13 05:00
편입 기대감 주가 올라 추가 지출 불가피
코로나19 여파 캐피털업계 환경은 나빠져
"인수냐, 연기냐" 22일 임시이사회서 윤곽

지난해 아주캐피탈 인수를 유예한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최적의 인수 타이밍 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저평가됐던 아주캐피탈 주가가 오르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캐피털업계 경영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탓이다. 인수 타이밍은 오는 22일 열리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주캐피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92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앞서 우리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2017년 6월 말에는 0.55배였으며, 지난해 말 0.86배로 상승했다.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에 주가가 꾸준히 올라 PBR도 상승세를 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아주경제]


주당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PBR은 1배 이하면 주가 저평가, 초과 시 고평가를 의미한다. 회사를 사들이는 입장에서는 피인수 회사의 PBR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연말이면 아주캐피탈 PBR이 0.8배 수준으로 다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현 수준(PBR 0.92배)에서 인수를 강행한다면 공동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 측이 아주캐피탈 영업권을 포함해 PBR 1배를 초과하는 '몸값'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 계약서상 PBR이 1배를 넘더라도 최대 1배 가격으로 사들인다는 옵션이 있지만, 우리금융은 높아진 아주캐피탈 인수가격에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PBR을 1배로 가정했을 때 아주캐피탈 인수가는 6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는 등 여신전문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된 점은 더 큰 고민거리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며 채권시장이 경색된 탓에 아주캐피탈은 지난 3월 9일을 마지막으로, 이후 회사채를 한 차례도 발행하지 못했다. 대신 3월 12일부터 현재까지 기업어음(CP)을 1300억원 순발행했는데, 단기물임에도 높은 금리를 지불했다. 신용등급이 채권시장안정펀드 투자 기준(AA- 이상)에 미달하는 A+여서, 당분간 CP와 더불어 '최후보루' 격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인수를 무작정 늦추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펀드에 투자한 다른 유한책임사들에 동요를 일으켜 자칫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유력 임원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인수를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채권시장이 좋지 않지만, 지주에서 신용공여를 하는 등 악화된 경영 환경을 타개할 방법은 많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22일 개최하는 우리금융 임시 이사회로 모아질 전망이다. 아주캐피탈 지분을 투자한 펀드 만기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수를 결정할지 한 차례 더 미룰지 결정해야 해서다. 결의사항인 정식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더라도 보고 안건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2017년 6월 우리은행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아주캐피탈 지분 74.03%를 인수하기 위해 조성한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1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한 상태다. 나머지 지분은 우리은행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청구권 행사 시 웰투시 지분을 모두 가질 수 있다. 지난해 6월 1차 펀드 만기가 돌아왔지만, 카드·종합금융·자산신탁 등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