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형 연립·다세대 많은 '용산 역세권'...대다수 토지거래허가 대상 안돼

2020-05-12 15:22
- 대지면적 18㎡ 이하 제외
- 국토부 "현장 실태 몰랐다"

5·6공급대책 발표 이후 정부가 투기과열 조짐을 보이는 용산역 인근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키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부이촌동 등 주변 지역 부동산 거래가 대부분 소규모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대지 지분이 작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이 같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2일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이촌동에서 연립·다세대 주택은 총 9건이 거래됐다. 이들 모두 대지 지분이 18㎡ 미만이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8일 방문한 용산 서부이촌동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붙은 매물들의 광고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지면적 18㎡ 이하 매물들이 눈에 띈다. [사진= 김재환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 5·6공급대책에서 용산 정비창 부지를 공공개발하겠다고 밝힌 후 해당 부지와 그 일대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냈다. 정비창을 어떻게 개발할 지는 부지 주인인 코레일과 서울시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2007년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의 청사진이 30조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던 점을 감안하면 서부이촌동 등을 따로 개발한다고 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이 될 게 확실시 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 거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시지역 내 주거지역은 180㎡ 이상, 상업지역은 200㎡ 이상이 각각 대상이다. 또 공업지역은  660㎡, 녹지지역은 100㎡를 초과할 경우, 도시지역 이외는 250㎡, 농지는 500㎡, 임야는 1000㎡ 초과하는 땅을 구입할 경우 실수요자임을 입증해 해당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 가격의 30%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다만 부동산거래법 시행령 9조에 따라 한도는 최저 10%에서 최고 300%까지 조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도시지역 주거지역의 경우 기준 면적을 18㎡까지 낮출 수도, 540㎡까지 높일 수도 있다.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대지면적이 18㎡ 미만이면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촌1구역에서 올해 거래된 연립·다세대 9건 중엔 대지면적 13㎡가 4건, 16㎡가 5건이다. 단독·다가구주택은 올해 거래된 게 없다.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촌동 빌라맨션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97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가 많은데 대부분 용적률이 높고 대지 지분은 평수 대비 작은 편"이라며 "78평(전용 208㎡) 아파트도 대지면적이 21평(69㎡)에 불과할 정도"라고 했다.

이촌1구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공동주택 중에서 70%는 5평(16㎡) 미만의 소형 지분을 가진 연립으로 이뤄졌다"며 "나머지 30%도 8평, 10평 정도로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단독·다가구는 땅 지분이 20~40평 정도"라고 했다.

이촌동 강서·강변·강촌 아파트 등은 전용면적이 43~66㎡ 사이다. 대부분 대지면적이 규제 기준점을 밑돈다는 얘기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특별계획구역 내 중산시범·이촌시범·미도연립·이촌1재건축구역 등도 사각지대에 대다수 포함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촌동 대지지분이 그정도냐. 규제하게 될 경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겠다"며 "세종 등 지역을 지정할 때도 현황분석을 했다"고 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투기를 막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고도 했다. 추가 규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대상을 정한 부동산거래법 시행령 9조.[자료 = 부동산거래신고법]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1979년 처음 도입됐다. 토지거래 허가 대상 땅은 보통 5년간 해당 토지를 허가받은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산 가격의 10% 이내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