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 뛰어든 롯데②] 4000만명 육박 '빅데이터' 활용해 온·오프 경계 허문다

2020-05-12 08:01
방대한 빅데이터 토대로 고객에게 다각도 맞춤 상품 추천
전용 물류 센터 없는 점은 아쉬워…강점 콘텐츠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롯데온(ON)' 캐릭터 이미지. [자료=롯데쇼핑]
 

롯데가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의 최고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바로 온·오프라인 데이터 통합이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가 갖추지 못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에게 맞춤 상품을 적시에 제공하겠다는 것이 롯데온의 목표다.

롯데가 유통 업계에서 오랜 시간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업이다 보니, 롯데멤버스에 가입된 회원만 무려 3900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른 빅데이터 자체가 큰 무기라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역시 이견이 없다.

12일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은 롯데가 보유한 전국 약 1만5000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동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쇼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비록 이커머스 업계에서 후발주자일지는 몰라도 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기업"이라며 "이미 풍부한 고객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롯데가 그간 온라인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롯데에 대해 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온은 온·오프라인과 상관없이 고객 개인 취향에 맞춘 상품을 추천하고, 구매 패턴이 비슷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참고해 고객이 관심을 갖을 법한 상품들을 예측 및 제안하기도 한다. 예컨대 한 고객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구입하고,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구매했다면, 롯데온은 물놀이 용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는 엄청난 규모의 고객 빅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온·오프라인 간 경계를 허무는 상품 추천이 가능한 것에 대해 롯데 측은 유통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빅데이터를 약 400가지 개인 속성값을 지닌 데이터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온이 제시한 또 다른 장점은 '적시배송'이다. 이는 속도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일반적인 배송과 달리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물건을 받기를 원한다는 점'에 착안한 배송 서비스다.

이를 위해 롯데 측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해 적시배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고객은 롯데마트 풀필먼트 스토어를 통해 주문 후 1시간~1시간 30분 내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비롯, 롯데슈퍼 프레시 센터와 협업한 '새벽배송' 서비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는 '스마트 픽' 서비스 등 원하는 배송 형태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온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롯데온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이나 적시배송 도입은 분명 경쟁력 있는 콘텐츠임에는 분명하나, 이미 쿠팡, 티몬, SSG닷컴 등에 길들여진 수요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은 성장기를 넘어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 롯데 측이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롯데온을 통해 강조한 콘텐츠를 얼마나 뚝심 있게 밀어붙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핵심은 업체가 싼 가격에 빠른 속도로 물류를 처리하는 데 있다. 기존 업체들이 물류 센터에 상당한 금액을 들여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롯데 측이 전용 물류 센터 조성 대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 이는 매우 정교한 스킬을 요구한다. 물류가 폭증하는 지역의 경우 물류 처리 속도가 다소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