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건을 묻다-정병국②] “청년에 초점 맞추지 않은 정치…시대 흐름 발목”

2020-05-07 08:01
“소장파 평가, 요즘엔 창피…비율 만큼 청년 진입해야”
“블록체인 정당화 통해 계파 패거리 정치 청산해야”
“21대 국회 내각제 개헌 필요…文정권, 분열의 정치”

21대 총선 불출마를 한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년 정치인의 멘토다. 바른정당 대표 시절 청년정치학교를 만들었고 학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그의 조언을 구했다.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청년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년의 의정 생활 내내 ‘개혁적 소장파’ 기수로 평가받은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20대, 30대가 주도를 하는 세상”이라며 “그들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정치를 하면 시대 흐름을 발목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Q. 5선을 했어도 개혁적 소장파 기수로 평가 받았다. 역으로 보수가 세대교체를 등한시한 결과 아닌가.
“부끄럽다. 처음엔 개혁의 아이콘 ‘남·원·정’ 이런 소릴 들을 때, 원조 소장파 얘기를 들을 때 자부심을 느꼈는데, 요즘엔 창피하다. 우리가 개혁을 화두에서 한번도 놓은 적이 없는데 이런 정치적 결과를 갖고 왔다. 뭘 개혁을 했나 책임이 큰 거다. 물갈이는 많이 했지만 세대교체를 못했다. 매번 선거마다 보면 물갈이는 큰 폭으로 이뤄졌다. 결과론적으로 정치는 나빠졌다. 원인을 보니 물갈이가 특정인의 세력화, 패거리를 만드는 수단이 됐던 거다. 그러다보니 자기 말을 잘 듣고 줄을 잘 서는 예스맨만 선발하게 되고, 그 결과로 이런 정치가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나타났지만 보수당이 더 그런 부분들이 극심했다. 지난 20대 국회를 보면 초·재선들의 목소리가 거의 없었다고 얘기한다. 그 원인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19·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천을 했던 과정을 보면 왜 이렇게 됐는지 답이 나온다.”

Q. 바른정당 시절부터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맡으셨고, 통합당에서도 많은 청년 정치인들의 멘토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은 시대가 바뀌었다. 제가 원조 소장파란 얘기를 듣지만 저도 나이가 드니까 그 사람들의 세계를 모른다. 갭이 많다. 저만 해도 청년들과 굉장히 대화를 많이 하는데 대화할 때마다 막힌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20대, 30대가 주도를 하는 세상이다. 그들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정치를 하면 정치가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시대 흐름을 발목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들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행보를 같이 하려고 하면 그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청년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정치가 배타적, 보수적이고 청년들의 진입에 인색하다. 자기들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정치가 바뀌고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면 인구 비율만큼은 청년들이 국회에 있어야 한다.”

Q. 일각에선 청년 정치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이른바 ‘꽂히는’ 구태를 답습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떤 입장인가.
“그걸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을 했나. 우리나라 교육에 토론이 없다.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시민정치의식을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거다. 그래놓고 청년들이 역할을 못한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제가 청년정치학교 운영하면서 청년에게 늘 하는 얘기는 이런 거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고 토론해야 된다. 절대로 누구 키즈라는 얘길 듣는 건 거부해야 된다’는 것. 지금까진 기성 정치인이 청년들을 이용을 한 거다. 청년들이 정치판에 들어올 수 있는 플랫폼, 교육구조가 필요하다.”

Q. ‘청년들이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 제시가 부족하단 지적도 있다. 젊어서부터 정치에 몸담은 선배로서 청년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으신 게 있다면.
“청년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청년에 국한할 이유는 없다. 결국 기성 정치인의 입장에서 청년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대의 중심축에 있는 흐름을 읽어달라고 하는 거다. 우리가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들을, 그 의식과 생각을 갖고 정치를 하면 되는 거다. 간혹 청년 정치인들이 자문을 구하러 오면 ‘너희들이 판단한대로 하면 되는 거다. 다만 기성정치인에게 이용당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들을 조심해라’고 한다. 청년정치학교 할 때 면접을 봤다. 거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당신들의 면접을 보는 게 아니라 당신들이 나의 면접을 봐라, 왜 정치가 이렇게 됐는지 바라보고 이것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스케치하라’고 했는데 그게 맞는다고 본다. 청년의 눈으로 보고 판단한 결과가 옳다고 본다. 청년들이 콘텐츠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청년을 악세사리로만 이용했고 순응하는 사람만 들어와서 그렇다. 제가 보는 건 그렇지 않다. 우리가 배울 점이 많고, 그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본다. 몇몇 청년들이 청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드니까 그 구성원들에 대해서 과거 온라인에 썼던 글들을 찾고 그걸로 비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우리 보수당의 한계를 노정하는 거다. 다른 목소리 자기한테 싫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거다.”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 의원은 줄기차게 정치 개혁을 외쳐왔다. 일명 ‘오세훈법’으로 알려진 정치자금법 초안을 정 의원이 만들었다. 돈 안 드는 정치를 위해 지역구 사무실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중앙당 중심의 정당 문화를 원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 그가 그리는 개혁된 정치의 모습은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 문화를 없애는 것”이다. 정 의원이 청년정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 닿아있다. 그는 집중화가 아닌 분산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한 정당정치 개혁을 언급했다.

Q. 지역구 사무소 폐지나 정치자금법 개정 등 디테일한 부분의 정치 개혁을 주장해왔고 실현해왔다. 이를 통해 그리는 정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제가 16대 국회에 들어올 때 엄청나게 빚을 지고 들어왔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두 번 다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진한 법이 오세훈법이다. 초안을 제가 했다. 그걸로 박사 학위 논문도 썼다. 많은 부분에서 개혁이 됐지만 패권, 패거리 정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그러기 위해서 제안한 것이 블록체인 정당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핵심적 기술 중 하나가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 기술의 요체는 중앙집권화된 것을 분산화 시키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중앙집권적 정치를 하다보니까 대표에게 모든 권력이 쏠리고,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게 되다 보니까 특정인의 패거리가 되는 거고, 그게 우리 정치의 폐단이다.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게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현재는 각 지구당에서 당원을 모집하고 시·도당에 입력이 되면 그 다음부턴 내 손을 떠난 거고 대표나 사무총장 같은 몇 사람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 정당을 만들면 소속된 사람들 간엔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당론을 결정할 때도 몇몇 사람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다. 공천을 할 때도 당원들이 직접 시스템을 통해서, 투표를 통해서 공천을 할 수가 있다. 중앙의 권한이 분산이 되고,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3년 전부터 이런 시스템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저는 통합당이 이러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본다. 그래야 어떤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문화를 깰 수 있고, 그리고 정말 한 사람 한 사람 의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Q. 블록체인 정당과 청년 정치는 어떤 연관이 있나.
“지난 2004년에 개정한 정당법에 의하면 지구당 사무실을 둘 수 없다. 다만 편법으로 연락사무소 등을 두고 있는데, 이런 걸 만들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정당화되면 스마트폰 하나로 정치 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 오프라인에 사무소를 두고 비용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 청년이 정치할 수 있는 기회 많아지는 것이다. 지역구 당협위원장 맡아 운영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 경제적 문제다. 이렇게 하면 청년 정치인들의 진입이 쉬워진다. 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원내 중심으로 전환하고 당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책개발 기능이나 정당의 가치나 이념이나 이런 부분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게 좋겠다.”

보수정당은 지난 20대 총선에 이어 전국단위 선거에서 4번 연속 참패를 당했다. 1987년 이래 여야를 통틀어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에게 보수의 정권 창출에 관해 물었다. 정 의원은 정권 창출을 말하기에 앞서 개헌을 언급했다. 21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이뤄야 하며, 분열의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Q.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해왔다.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 것은.
“분열의 정치다. 진영 정치를 하는 거다. 의도적으로 국민을 갈라치기 하지 않나. 지도자로서 제일 나쁜 것이라고 본다. 내가 찍었던 안 찍었던 ‘우리’ 대통령이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자기 진영 밖의 사람들에겐 대통령이 없는 거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계속 그 얘기를 했다. ‘우리 대통령이 돼 달라’. 그런데 새누리당 대통령도 부족해서 친박 대통령, 그것도 부족해서 진박 대통령, 나중엔 최순실 대통령이 되니까 극단적 탄핵으로 이뤄진 것이다. 우리 국민이 불행한 것이다. 그래서 개헌이 필요하다. 대통령제를 하다보니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선거에서 1%만 이겨도 모두 얻거나 모두 잃게 된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반대를 한다. 이 정권이 잘못돼야 집권하기 때문이다. 틀을 바꿔야 한다. 개헌을 해야 된다.

Q.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21대 국회에서 가능할까.
“해야 된다. AC(After Corona) 이후 급변하는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 같은 행태가 이어진다면 정말 나라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의원내각제라고 본다. 지금 국회의원이 이렇게 무책임하고 맨날 자기 이익만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다. 비판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된 거다. 내각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여론을 봐도 대통령 중심제는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내각제 개헌을 해서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다당제가 되면 협업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이나 독일의 구조가 그런 것 아니겠나. 개헌 기회가 바로 내년이라고 본다. 그 다음 기회는 대통령 선거 끝나고 첫해다. 두 번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

Q. 보수가 정권 창출을 하기 위해선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나.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어떤 것이 될까.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문재인 정권이 비판 받는 것은 원칙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라 그렇다. 그렇지만 비판하는 사람들(야권)이 원칙에 더 충실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정권을 창출하려고 하면 원칙 있는 그룹이나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쓴 소리를 하던 비판을 하던 목소리가 꽂히지 않겠나. AC 이후에 전개될 세상은 패러다임이 굉장히 바뀔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사람, 그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음 지도자가 돼야 한다. 결국 우리가 적응하고 함께할 수 있으려면 진짜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