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헤지 리스크에 삼성·한투 '빨간불'
2020-05-07 00:10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거 발행한 국내 증권사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유로스톡스50(EURO STOXX50) 지수도 급락하며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실적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ELS 발행금액은 20조96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는 14조883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는 유로존 12개국의 주식들을 기반으로 산출한 지수다. 비교적 우량한 종목들을 담기 때문에 급락 가능성이 낮고 거래량도 충분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의 가격이 정해진 구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변동성이 지나치게 클 경우 상품으로서 안정성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유로스톡스50 지수를 편입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홍콩H지수가 정치적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럽이나 미국의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ELS 상품 관련 운용 비용도 실적 악재로 꼽힌다. 통상 증권사들은 ELS 발행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자체 헤지하거나 외국 투자은행(IB)으로 이전(백투백 헤지)한다. 자체 헤지한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며 증거금을 납부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커진 3월 유로스톡스50을 포함한 주요 지수들이 폭락하며 대규모의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이 발생했다. 특히 자체 헤지 비중이 큰 증권사들의 경우 대규모의 증거금을 납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전체 파생결합상품 규모 대비 자체 헤지 비중이 60%를 초과하는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다. 나신평은 "손실발생위험이 이전되는 '백투백 헤지'와 달리 자체 헤지는 헤지전략과 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위험이 존재한다"며 "자체 헤지 비중이 60%를 초과할 경우 변동성 관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자기자본 대비 자체 헤지 비중도 80%를 넘겨 유동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