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코로나19 이후 의료·바이오 중국진출 기회
2020-05-05 06:00
코로나19로 보여준 韓 수준높은 의료시스템과 의료용품
코로나19 함께 이겨낸 한중양국…우리나라에겐 기회
코로나19 함께 이겨낸 한중양국…우리나라에겐 기회
갑작스레 들이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는 각국의 의료시스템과 관리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국 의료 시스템은 곳곳서 허점을 드러내며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짧은 기간내 감염병의 전국적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의료수준이나 시스템 덕분이라기보다는, 인민을 강제 격리할 수 있는 강력한 전제주의적 봉쇄 정책 덕분이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반면, 한국은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통제 하지 않고도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여기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의 의료시스템과 수준 높은 의료인의 희생적 봉사, 전국민의 자발적 동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방역 당국의 발 빠른 전수조사와 진단을 통한 격리 조치, 생활치료센터의 설치,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한 시민들의 ‘사회적 연대’는 한류(韓流)의 하나로 전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중국인 친구는 지난 3월 한국의 대구·경북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사재기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한국은 선진국이며 코로나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역시스템은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조차도 배우고 싶어한다. 그동안 한국이 구축해 놓은 의료보험 시스템과 높은 의료 수준은 희생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한국의 의사, 간호사, 병원 시스템, 방역 용품, 진단키트 등은 선진국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여줬다.
중국은 이번 사태로 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중국 공무원 평가지표에도 해당 지역의 의료시설이나 의료기관 투자 유치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수준 높은 위생 시설이나 고급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도시는 국민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높은 집값으로 주춤하던 중국 도시화 개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농촌인구 감소는 정부 관리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주민들을 농촌지역에 잡아 두기 위해서라도 각 지방정부에겐 의료시설의 확충과 선진화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 이후 정부 주도로 방역 시스템 구축, 전국민 의료보험 확대 등으로 대대적인 의료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여전히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인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은 정권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 의료시스템은 선진국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으나, 지방 도시의 의료 수준은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준 낮은 의료장비나 기기는 비상시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방의 거점 도시와 농촌 지역에 대대적으로 인공지능, 의료용 로봇, 5G, 사물 인터넷, 원격진료, AI를 활용한 스마트의료를 보급하기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의료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우리에게는 중국 진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초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걱정하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종합병원을 신설하거나 병원 내에 음압병동을 설치하면서 의료시설과 장비의 설치, 제약·바이오에 대한 대규모의 투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비, 인공호흡기, 높은 수준의 필수의료 용품, 의료서비스 분야는 당장 절박하게 신설하거나 구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나라 병원 산업, 의료장비, 의료·바이오 헬스케어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손색없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격 경쟁력과 빠른 대응력을 갖췄다. 중국 내수기업들과 국제 경쟁에서 우리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오픈한 서울대 병원의 ‘대한외래’는 첨단의료서비스를 보여주는 스마트병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현재 병원내 감염을 차단하고 혼잡도를 해소하며, 환자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법에 의해서 제한을 받고 있는 원격진료 분야를 제외하고는, 이미 임상에 적용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스마트 의료 분야가 많다. 서울대 신찬수 교수(의대 학장)는 세계 여러나라로부터 서울대의 의료기술을 배우거나, 병원경영 의뢰, 합작 운영 등의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구매력을 가진 의료 소비자가 넘쳐나는 나라다. 자기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꽌시(인맥)'를 찾는다. 중국 시장의 특성은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의료기기나 약품에 대한 허가를 받기만 하면 '대박'이 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차라리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 중국 시장만을 목표로 전략을 짜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코로나19가 폭발하는 시점에도 중국인에 대하여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고, 의료용품 기부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응한 거의 유일한 나라로, 중국에 대한 상당한 배려를 한 바 있다.
양국은 우수한 의료장비나 바이오·제약 제품에 대해 상대국에서 이미 취득한 인증을 상호 인정해 주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신속히 타결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나라 의료산업, 바이오·제약 기업에게는 기회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