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정경심이겠네. 그렇게 합시다"... 단국대 교수가 받았던 검찰 조사
참고인 가족들까지 11차례나 조사... 사실상 검찰 입맛 맞는 진술 강요
참고인이 하지도 않은 말을 검찰이 진술조서에 마음대로 적어넣었다는 주장이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나왔다. 심지어 검찰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대여섯 시간씩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는 법정에서 검찰조서 내용 중 상당부분을 부인하면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이 적혀 있다”거나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검찰이 입씨름을 걸어왔다”라고 폭로했다.
◆ 검찰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대여섯시간씩 같은 질문
장 교수는 이날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작심이라도 한 듯 검찰수사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장 교수는 ‘검찰이 원하는 대답이 안나오면 나올때까지 대여섯시간씩 조사를 계속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면서 ‘결국 견디다 못해 검찰이 원하는 답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조씨의 체험활동 등의 결과물을 논문으로 만들 수 있겠느냐는 전화가 온 적 있다’는 부분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 전화의 발신자가 정경심 교수였다고 주장한 반면 장 교수는 정 교수는 분명히 아니었을 뿐 아니라 정확히 어떤 사람이 전화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장 교수에게 “정경심이 전화했다고 진술하라”며 몇 시간 동안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결국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써줄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 요점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김모 검사님과 이야기할 때 ‘그런 일 없었다고’ 이야기한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똑같이 (여러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일 없었다고 (설명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10몇년 전 일을... 어떻게 특정인을(통화 상대방으로) 지정(=지목)합니까? 지정(=지목)한 적도 없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일 생기겠습니까?. 계속 (검사하고 진위에 대한) 논쟁(을) 하죠(=하게 됐죠), 논쟁하고... 그랬더니 (검사가) 변호사랑 나갔다 오라고 하더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변호사랑 한참 (진술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놓고)논쟁한 뒤 그냥(검찰 요구대로 쓰고) 넘어 가기로 했습니다.
변호인 : 조서에 이렇게 기재돼 있는데 (그 이유는) 또 (진술 취지가 그게 아니라고) 문제제기하면 불편할 것 같아 넘어 갔다는 겁니까?
장 교수 : 제가 맨날 밤 12시에 (조사가) 끝나는데 이걸로 (또)대여섯시간 싸워야 합니까.
결국 ‘정 교수가 딸 조씨의 논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검찰의 기소는 처음부터 엉터리였을 뿐 아니라 참고인을 괴롭혀서 얻어낸 허위진술이었던 것.
이날 재판에서도 여러차례 장 교수는 정 교수와 직접적인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고등학생이었으니 부모님께 확인을 받고 오라는 정도의 말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다는 증언이다.
이는 검찰 조서에 적힌 내용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에 재판부는 진술이 왜 바뀌었는지 직접 심문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가 직접 신문에 나서자 장 교수는 검찰 조사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선희 판사 : 어느 여성분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는 거죠?
장 교수 : 그렇습니다.
김선희 판사 : 그 여성분이 논문을 쓰게 해달라고 말한 적 있습니까?
장 교수 : 없습니다.
김선희 판사 : 한 학부형이 결과물, 논문까지 부탁하였는데... 이렇게 검찰에 말한 건 맞습니까?
장 교수 :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김선희 판사 : 논문까지 해달라 부탁받은 적이 없다는 거죠? 그러면 전화를 받은 건 맞습니까?
장 교수 : 제 기억에, 학생들이 오기 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전화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학생을 멀리까지 보내는데 학교에서 전화를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화하신 분들한테 내 개인 프로그램으로 하자고 말하고, 결과물 이야기(를 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 정황을 봐서는 (몇몇은 그런 이야기를)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논문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 학생이 이런데 와서 인턴하는데 좋은 결과 나왔음 좋겠다 이 정도로 이야기한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하는 실험이 결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누구한테 (논문을 만들어 준다고)개런티합니까? 제가 바보입니까?
김선희 판사 : 결국 증인은 학부형 말한 적 없고 논문 말한 적 없는데 저렇게 적혀 있다는 건가요?
장 교수 : 그렇습니다.
김선희 판사 : 검찰이 임의로 학부형, 논문이란 말 적었단 겁니까?
장 교수 : 그렇습니다. 좀더 부연하자면 (검사가 ‘전화를 건 것이)남자냐 여자냐’ 물어보고, '여자로 기억한다'하니 ’그러면 (혹시 )디렉터냐’라고 검사가 묻길래 “난 모르겠다”고 했을 뿐인데 “그럼 여자면 정경심뿐이겠네?”라고 해서 (진술이) 이렇게 된겁니다.
법정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검찰은 장 교수가 하지도 않았던 '학부형' '논문' 등의 단어를 조합한 뒤, 마치 장 교수가 그 말을 했고 정경심 교수가 전화로 논문을 요청한 것처럼 사실상 진술을 유도해 냈다는 결론이 된다. 원하는데로 진술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대여섯시간 씩 ’괴롭힘’이 자행된 것이 두려워 사실과 다른 답을 했다는 결론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판부는 여러차례 장 교수에게 확인을 반복했다. 검사가 진술조서를 임의로 작성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 하지만 장 교수는 일관되게 '검찰이 임의로 작성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권성수 판사 : 그럼 조씨 면담할 때 논문까지 써보겠느냐 이런 이야기한 건 맞습니까?
장 교수 : 확실치 않습니다. 결과물 이야기는 했는데, 조사받을 때 거기 수사관이 연구에서 결과물이면 논문이지 뭐야? 라고 하더라고요.
권성수 판사 : 그러면 조씨에게 결과물 써볼래 이렇게 이야기한 건 맞습니까.
장 교수 : 그건 그런 것 같습니다.
◆ 우리 가족 모두 11차례 조사 받았다.
이같은 장 교수의 발언이 나오자 변호인도 질문을 쏟아냈다. 조사 당시 어떤 종류든 '압박'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 것.
장 교수는 "우리가족 다 합치면 11번 조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의 경우 몇 번인지 특정할 수는 없지만 야간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장 교수는 4회 검찰 진술조서에서 '저희 가족은 모두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노력한 점 평가해달라'고 수기로 작성하기도 했다.
다만 변호인이 "검찰이 피의자로 전환하겠다, 구속하겠다는 취지 이야기를 한 것을 들은 적 있습니까"라고 묻자 장 교수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 증언거부권 없습니다 이야기 하세요"라고 강하게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안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