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ESG 고려해야 살아남는다"
2020-05-03 07:00
ESG 관련 기구 및 협약 증가…영향력 커져
'사회'·'기업구조'서 환경으로 무게중심 이동
'사회'·'기업구조'서 환경으로 무게중심 이동
데이빗 버만 레이텀앤왓킨스 파트너 변호사는 ‘지속가능한 금융과 기후변화 리스크’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정책입안자 등이 ESG에 큰 관심을 갖고, 지속가능성과 관련 이슈에 집중하면서 ESG가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면서 “금융업계는 이러한 경제 변화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으며, 향후 몇 년간 나타날 이런 기회와 의무에 가장 잘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ESG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포괄하는 용어로, 투자자들이 투자를 고려할 때 기업을 평가하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수년간 ESG 중 ‘사회’와 ‘기업구조’ 관련 측면이 강조됐다면 최근 들어 환경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금융업계가 ESG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로는 환경과 사회적 평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점과 ESG 문제가 수반되는 투자의 위험에 대해 금융기관들의 이해도가 높아진 점 등을 꼽았다.
실제로 ESG 관련 기구나 협약이 생겨났으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금융부문에서도 특히 자산운용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ESG 관련 기관은 국제연합(UN) 산하 책임투자원칙기구(PRI)가 꼽힌다.
UN PRI는 금융기관이 투자 결정 시 대상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고려하도록 하는 국제 협약으로, 현재 세계 230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투자 결정 과정이나 의결권 행사 시 ESG 이슈를 고려하고, 투자대상 기업에 ESG 이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 등이 원칙의 골자다. PRI에 서명한 기관투자자라는 사실이 점점 중요한 고려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또 다른 기후금융 관련 주요 기관으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성 있는 기후관련 위험정보 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안정위원회(FSB)의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가 있다. TCFD는 기존의 기후관련 정보공개 기준을 제고하면서 보다 많은 곳에서 이 기준이 채택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기후변화 공개에 중요한 기준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 비정부기구(NGO)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업계별로도 관련 기구가 만들어졌다. 은행업계에는 지난해 9월 UN과 49개국 소속 은행 130곳이 출범한 UN책임은행원칙(UN PRB)이 있다.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위해 금융산업이 역할과 책임을 규정한 국제 협약이다. 참여 은행들은 PRB의 6가지 원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효율적인 이행을 위해 ‘영향분석, 목표설정 및 이행, 책임성’ 등 3단계 작업을 거쳐야 한다.
국제 모범 관행에 따라 지속가능한 금융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신흥국의 금융규제 당국과 은행업 관련 협회로 구성된 지속가능은행네트워크(SBN)도 있다. SBN은 2012년 9월 출범해 현재 38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증권업계에는 2009년 UN 주도로 설립된 ‘지속가능경영거래소 이니셔티브(SSE Initiative)’가 있다. 이 기구는 상장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고 관련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전세계 60개국 거래소가 가입돼 있다. 실제로 현재 12곳의 증권거래소에서 상장된 기업에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금융당국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할 때 기후변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기할 계획이다. 규제당국 중 건전성감독원(PRA)과 금융행위감독청(FCA)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와 녹색금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버만 변호사는 “각국 정책입안자와 규제당국은 민간금융(private finance)에 지속가능성을 불어넣기 위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녹색금융으로 전환하도록 인센티브와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물리적·과도기적 리스크를 발견·평가·관리하고 이를 기존의 리스크 관리체계에 통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과 영국이 ESG 이슈를 선도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흐름은 전세계 다른 국가들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