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국 책임론' 부정에 '중국夢' 부메랑 맞는다

2020-04-26 18:05

 

[주재우 교수 ]


[주재우의 프리즘]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두고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정부의 미흡한 초기대응과 사태보고의 신뢰성 등의 문제를 연일 질타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州)정부는 중국에 손해배상도 운운하고 있다. 중국의 반응은 과민하다 못해 유치하다.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유사한 사태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며 반격한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이 가해자도 아니고 사태의 공모자도 아니며 피해자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를 두고 중국이 자국의 책임론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중국의 책임 부정은 ‘중국의 꿈’ 실현에 적지 않은 함의를 내포한다. 결국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것도 ‘중국의 꿈’ 중 하나인 ‘인류운명공동체’의 구상에서 말이다. 중국은 세계가 인류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지향하는 공통된 운명을 공동으로 노력하면 이런 공동체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언어, 종교, 인종, 문화, 역사 등의 영역에서 인류의 다양성을 하나의 운명 의식으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공동운명은 세계 평화의 수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실현을 위한 협력의 필연성을 의미한다.

어떠한 공동체든 제도의 투명성과 공통된 가치의 공유를 담보한다. 일례로, 제도의 투명성은 공동체의 운명을 위협하는 문제의 근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투명한 제도만이 ‘실사구시(사실을 바탕으로 진리를 구하다)’의 해결방식을 보증한다. 실사구시의 과정에서 공통된 가치의 공유만이 인류의 이기적인 사고와 행위를 평화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 상이한 이데올로기를 가진 나라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양심과 의식만이 유일한 공통된 가치로 작용한다. 이것만이 이데올로기의 배타적이고 자신만 유리하게 합리화하는 타성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중국 책임 부정발언은 인류공동운명체 구현에 잘못된 단초를 제공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인류 공동의 적으로, 언제든 전 세계 그 어떤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그는 "2009년 신종플루(H1N1)가 미국에서 발생해 214개 국가와 지역으로 확산돼 20만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나? 1980년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미국에서 최초로 발견돼 전 세계로 확산된 데 대해 배상을 요구한 사람이 있었는가? 2008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됐을 때 미국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한 사람이 있었느냐"며 억측을 부렸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실사구시를 시대정신으로 견지해왔다. 과거에 미국을 탓하지 않았다는 중국의 주장은 맞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이 억지로 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의 논리가 갑자기 미국에 책임을 따져 묻는 것으로 비약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과거 사례에서 미국의 초기대응부터 해결 노력은 중국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문제의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즉각 세계에 위험성을 알렸다. 또한 해결책 마련에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선 사실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주장대로 2009년 신종플루 때 20만명이 사망하지 않았다. 1년여 사이에 1만8138명이 사망했다. 최초 발원지도 멕시코였다. 발생 두 달 만인 그해 6월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에 전염병의 '대유행'을 알리는 ‘경고단계 6’을 '신속히' 선포했다. 이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달리 WHO의 종용이 없음을 방증하는 협조적 행태였다. 미국정부는 당시 신종플루의 치료제 ‘타미플루(Tamiflu)’ 등의 개발과 전략적 비축(150억 달러)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했다.

에이즈 치료제와 관련하여 미국 정부는 국내 치료제 연구개발과 치료비에만 연간 280억 달러를 투자한다. 2003년부터 세계 에이즈 퇴치를 위해 68억 달러를 기부했다. 미국은 2016년 기준 AIDS 감염자 수가 약 110만명으로 보고된다. 2018년 기준 중국의 AIDS 감염자 수는 약 82만명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감염자 수가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AIDS 치료와 예방에 할애한 예산은 비교가 안 된다. 2017년 중국정부의 AIDS 예산은 10억 달러에 불과했다. 국제적인 지원도 조족지혈의 수준이다. 2001~2019년 중국이 에이즈 ‘글로벌 펀드’에 기부한 금액은 총 6300만 달러다. 앞으로 2년 동안 1800만 달러가 기부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인류의 건강과 질병치료에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도의적인 책임보다는 질병의 발병 사실 자체가 미국 정부와 기업의 연구개발을 추동한다. 세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세계의 동참도 적극 호소한다. 결과물은 인류의 공공재로 제공한다. 인류가 이를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치료제와 예방비용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이 보여준 대응 모습은 세계 인류운명공동체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과연 중국은 인류의 건강과 운명을 진정으로 위하는 나라인지를 말이다. 세계화와 상호의존 시대에 전염병은 인류에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특히 중국인이 연간 1억명씩 세계를 출입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중국이 정작 인류운명공동체의 구현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더 책임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제기한 중국 책임론의 의중을 오독해서는 안 된다. 고의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식’의 억지와 비상식적인 말꼬리 잡기로 설전을 펼치는 것은 중국의 꿈에 역효과만 가져다 줄 것이다. 인류의 운명이 공통된 것이라고 믿으면 이의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협력 의지와 자세를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사태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류운명공동체라는 중국 꿈의 첫 단추는 처음부터 잘못 꿰어졌다. 이를 바로잡기에 늦지 않았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인류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둘째, 책임을 회피해서 안 된다. 셋째, 국내정보의 국제 공유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넷째, 책망 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국제공조에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 인류를 배려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