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선물 ETN 과열양상...ETF로 옮겨붙는다
2020-04-24 05:00
"전액 손실 가능성" 금융당국 경고에도
개인들 유가 급등 기대감에 투기적 매수
ETN 종목 거래 정지되자 투자자들 이동
개인들 유가 급등 기대감에 투기적 매수
ETN 종목 거래 정지되자 투자자들 이동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점입가경이다. ETN상품의 경우 원금 전액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유가상승을 점친 투자자들의 투기적 매수세가 이어졌다. 기초지표 가치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 급등으로 ETN 종목이 거래가 정지되자 투자자들은 ETF시장으로 이동했고, 운용사는 ETF운용방식을 변경하는 등 대응에 나선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초 이후 이달 23일까지 개인들은 원유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인 ‘KODEX WTI원유선물(H) ETF’를 1조6096억원어치 순매수 했다. 같은 원유선물 ETF인 ‘TIGER 원유선물Enhanced(H)’도 개인들은 314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원유 선물 ETN의 과열양상이 ETF(상장지수펀드)로 옮겨 붙자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원유 선물 관련 ETF 상품을 단일가매매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 역시 KODEX 원유선물 ETF에 대한 운용방식을 기존 기초지수 구성종목(6월물 원유 선물) 외에도 다른 월물의 원유 선물을 편입했다고 밝혔다. 괴리율이 확대되면서 상장폐지 우려가 높은데다 이에 따른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은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과 ETF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최고등급인 ‘위험’으로 발령했다. 지난 9일에 이어 2주 만이다. 금감원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WTI원유 선물 연계상품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소비자경보를 다시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WTI원유선물 관련 ETN에 대한 추가 안정화 조치로 24일까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의 매매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신한 레버리지 ETN은 지난 16일과 20일, 이날까지 거래정지만 총 세 번째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0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에 대한 거래를 정지해놓은 상태다.
현재 거래정지 된 ETN 4개 종목에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몰린 개인 순매수 금액은 5166억7400만원에 달한다. 신한이 2822억3100만원, 삼성이 2177억7900만원으로 두 번째다. QV와 미래에셋은 각각 134억3200만원, 32억3200만원 순이다. 문제는 ETN 종목이 거래 정지 기간에도 WTI가 50% 이상 떨어지면 기초지표 가치가 0이 돼 그대로 상장폐지 및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원유 ETN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더 떨어지는 것 외에도 순간 급등하는 장세가 연출될 것이란 기대감이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말 그대로 도박에 가까운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적절한 대응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괴리율 과다 기준을 현행 30%에서 앞으로 더 낮춰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