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 자산 회수 '배드뱅크'··· 실질적 효과는 '물음표'
2020-04-22 05:00
라임운용 펀드 판매 19개사, 22일 '배드뱅크' 참여 여부 확답 예정
자산 회수 가능성 여전히 낮아··· 실사보고서 공개 등 요구 여전
자산 회수 가능성 여전히 낮아··· 실사보고서 공개 등 요구 여전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자산 회수를 위해 판매사들과 함께 '배드뱅크' 운용사 설립에 나섰지만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손실이 큰 상황에서 회수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금융감독원이 라임운용의 자산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22일까지 부실 펀드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 운용사 설립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은행과 증권사를 포함한 판매사 19곳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금감원 연수원에서 배드뱅크 설립 방안과 출자 규모 등을 논의하고 22일까지 참여 여부를 확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이다.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은 지난해 10월 라임운용 펀드 환매가 중단됐음에도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부실 운용이 계속되고, 자산 회수도 지연되자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자산 회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현재 라임운용의 순자산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라임운용 사모펀드 232개의 순자산은 2조902억원으로, 최대치였던 지난해 7월(6조2107억원) 대비 66%가량 줄어들었다. 환매가 중단된 4개 모(母)펀드와 자(子)펀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6679억원으로 전체의 약 80%에 달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자산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삼일회계법인이 수개월에 걸쳐 실사를 진행하며 회수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내린 상황에서 회수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실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배드뱅크가 설립된다고 해서 자산이 제대로 회수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펀드 자금의 불법적 유출은 막을 수 있겠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라임운용은 지난 1월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의 자금 195억원을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에 투자됐다. 스타모빌리티는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불법적 펀드 운용에 관여한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다.
금감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라임운용이 투자한 자산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자산을 회수 가능성에 따라 평가한 실사보고서의 경우 불법적 운용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국회 등을 통한 자료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다만 금감원은 보고서가 라임운용의 재산이므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실사보고서가 라임운용의 재산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은 다소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라며 "일반적 금융 사고와 달리 펀드 자금의 불법적 유출, 고객 기망 등의 여지가 있는 만큼 공개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