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장기화…유통 업계 '새벽배송' 각축전도 치열

2020-04-21 15:48
밤늦게 주문한 상품, 다음날 집 앞에 배송…전형적인 소비자 중심 콘텐츠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 등 저마다의 경쟁력 갖춘 새벽배송 서비스 선보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커머스 업계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업체 간 새벽배송 각축전도 나날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새벽배송이란 고객이 밤늦게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아침 고객 집앞에 배송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전형적인 소비자 중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새벽배송은 평일에 장을 보기 어려운 가구나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1인 가구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보관이 어렵고 빠른 배송을 요하는 신선식품이 새벽배송 상품의 주류를 이룬다.

21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스템의 포문을 연 곳은 마켓컬리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5년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샛별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수요층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 시스템을 통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오후 11시까지 마지막 주문을 받으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한다. 다만 나머지 지역은 오후 8시까지 주문을 받고, 익일 오후 12시 배송을 마친다. 4만원 이상은 무료로 배송된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의 원조 기업답게, 이 서비스를 토대로 매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은 4289억원으로 전년(1571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은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 프레시'를 지난 2018년 10월 시작했다. 고객이 물품을 자정까지 주문하면, 오전 7시 안에 받을 수 있다. 1만5000원 이상이면 무료 배송(월 2900원 회비 지불 시)도 가능한데, 이는 쿠팡이 자체 배송 및 물류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결과다.

특히 쿠팡은 올해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도 도입한다. 쿠팡은 이 같은 공격적인 배송 시스템 도입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7조1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2% 성장했다.

후발주자인 SSG닷컴도 지난해 6월부터 '쓱닷컴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SSG닷컴은 자정까지 마지막 주문을 받으며 익일 오전 6시까지 배송을 완료한다. 자체적으로 확보한 풍부한 상품 물량, 견고한 콜드 체인 시스템, 최첨단 센터를 활용한 출고 시스템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특히 SSG닷컴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서울 11개구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했지만, 올해부터는 서비스 대상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하루 배송 물량도 기존 대비 2배가량 많은 1만건으로 늘렸다.

이 같은 새벽배송 서비스는 비대면 소비 세태와 맞물려 이커머스 업계의 필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다만 새벽배송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극대화되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는 시스템"이라며 "특히 업체 간 새벽배송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배달 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열악해지고, 이는 곧 근로자들의 과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기업의 보완 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일부 업체의 전유물이던 몇년 전만 해도 그 자체로 경쟁력을 발휘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새벽배송 이상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더해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업체가 자체적으로 질 높은 PB 상품을 확보한다거나, 전국 단위의 물류 인프라를 견고히 구축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