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최악 성적표'…시험대 오른 시진핑·공산당

2020-04-17 15:44
코로나19 여파 1분기 성장률 -6.8%
통계작성 이후 최저, 44년만 역성장
소비·투자 위축, 수출도 11.4% 급감
창당 100주년 목전, 경기 부양 사활

[사진=신화통신 ]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로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낮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가 현실로 확인됐다.

조업 재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생산력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소비·투자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중국 공산당의 공약인 연내 전면적 샤오캉(小康·중산층) 건설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성장률 제고를 위한 대대적인 부양책이 실시될 전망이다.

◆1분기 성장률, 1992년 이후 최저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GDP 총액이 20조6504억 위안(약 3551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별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마지막으로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1.6%·연간 기준)이다.

1분기 성장률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말 중국을 덮친 코로나19 때문이다. 올 초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이후 2개월 가까이 경제 활동이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통제 조치 속에 공장은 가동이 중단됐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연간 성장률도 예년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률은 6.1%로 1990년 이후 최저치였다.

당초 올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으나 코로나19 암초에 부딪혀 표류하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얼어붙은 소비·투자, 수출길도 험난

3월 이후 당국이 조업 재개를 독려하면서 생산력은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1분기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지만, 3월만 보면 감소폭이 1.1% 수준이다.

1~2월과 비교하면 32.13% 늘었다. 조업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소비와 투자는 여전히 위축돼 있다. 1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9% 급감했다.

도시(-19.1%)와 농촌(-17.7%)의 소매판매가 모두 얼어붙어 있다. 3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15.8%로 시장 예상치인 -10.0%를 밑돌았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니 서비스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3월 전국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9.1% 하락했다.

1분기 고정자산투자는 16.1% 감소했다. 기초설비 투자(-19.7%)와 제조업 투자(-25.2%), 부동산 개발(-7.7%) 등 전 분야에 걸쳐 투자 위축세가 심각하다.

1분기 내내 생산과 물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수출입 지표도 악화됐다. 1분기 화물 수출입은 전년 동기보다 6.4% 감소했다. 수출이 11.4% 급감했고, 수입은 0.7% 줄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가 불가피하다. 무역으로 활로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 추이[사진=중국 국가통계국 ]


◆궁지 몰린 공산당, 대대적 부양 나설 듯

어차피 중국은 소비가 경제성장 기여도의 58%를 차지하는 구조다. 내수가 살아나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형 인프라 투자와 함께 5G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금리 인하, 지방채 발행 확대 등도 공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 경제 성적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공산당의 집권 기반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공산당은 올해를 전면적 샤오캉 사회 달성의 해로 규정했다. 모든 인민이 물질적으로 안락한 삶을 누린다는 의미다.

또 올해 GDP 규모를 10년 전인 2010년의 2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이에 부합하는 성장률을 달성하는 건 어렵지만, 경제난에 인민들의 삶이 고단해지는 건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이 흔들릴 만한 일이다.

내년 창당 100주년을 앞둔 공산당은 어떻게든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적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 디레버리징(부채 감축) 기조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내수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