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랜선여행] "사진첩 꺼내놓고…내 '인생여행'을 소환해보자"

2020-04-20 00:00
삼척 가족여행 설렘·이국 풍광 담은 우도
군산 레트로 추억 여행…일제 강점기로 타임슬립
계절마다 바뀌는 원주 뮤지엄산·활기 넘치는 부산 해운대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니 완연한 봄이 곁에 다가와 있었다. 벚꽃이 떠나간 자리엔 따스한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고, 상쾌한 봄바람은 코끝을 간질이고 있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 시작했다. 예년 같았으면 하던 일도 다 제쳐두고 훌쩍 여행 떠났을 시기지만 '바이러스'라는 아픔은 이런 소소한 행복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행복을 만끽했던 추억을 사진으로라도 보면 시린 마음이 달래질까. 지난 시절 행복했던 우리의 인생여행을, 그 찬란했던 추억들을 지금 소환한다. 
 

지난해 10월 가족과 떠났던 삼척 여행.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참 행복해했던 그때가 그립다. [사진=이경희 에이치투인터렉티브 이사 제공]

◆태풍이 휩쓸고 간 삼척으로 떠난 가족여행

여행하기 좋은 삼척(강원)은 바다 가까이에 관광지가 많기로 유명하다. 예술작품과 역사가 있는 이사부 사자공원부터 겨울바다와 해풍을 시원하게 만드는 해양 레일바이크, 삼척 어민의 전설과 이색적인 분위기를 품은 해신당공원까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천혜의 여행지 삼척은 지난해 10월 초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휩쓸고 간 그곳의 아픔은 매우 컸다. 지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상인들은 저마다 고통을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이같은 내용의 뉴스를 접한 우리 가족은 삼척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나는 길목, 피해현장을 마주하며 가슴 한 켠이 저려왔다. 그러면서도 지역 경기를 살리는 데 적지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던 여행이기에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이경희 에이치투인터렉티브 이사
 

지난해 봄 친구들과 떠났던 제주 우도 여행[사진=코트야트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마케팅팀 과장]

◆이국적인 풍광 품은 우도···첫 여행 설렘 그대로

성산포 앞바다에 위치한 우도는 제주에서 가장 큰 섬이다. 약 700여가구 주민이 사는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일찍부터 '소섬' 또는 '쉐섬'으로 불렸다.

에메랄드빛으로 부서지는 햇살 아래 하얗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홍조단괴 백사장 '우도 산호해변(서빈백사해수욕장)'은 필수 방문코스다. 수심에 따라 바다 빛깔이 달라 남태평양이나 지중해 어느 바다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업무에 시달리며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던 지난해 봄, 친구들과 함께 제주 우도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에메랄드빛 바다가 일렁이는 우도 풍광을 마주하니 마치 첫 여행을 떠나온 것처럼 무척 설렜다.

우도는 꽤 이국적이었다. 스쿠터와 전기차, 자전거를 빌려 타고 우도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게우밥(전복 내장밥)과 땅콩 아이스크림, 우도 땅콩 막걸리까지,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먹거리도 풍성해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임미영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마케팅과장
 

일몰시간 찾았던 군산 선유도. 풍광이 멋져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사진=한보연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홍보마케팅 과장 제공]

◆군산 레트로 여행의 추억

군산(전북)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군산을 여행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강점기 시대 거리에 들어선 착각이 일 정도로 거리나 건물·철길에 그 흔적들이 생생하게 흐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힘들었던 시절에 맞서 꿋꿋이 삶의 터전을 이어온 군산 사람들의 현재는 더 감동적이다.

지난해 친구들과 군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시간 여행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 없었다.

교복을 빌려 입고 흑백사진을 찍었고, 문학 속 배경지를 돌아보며 일제강점기 흔적을 느끼며 보낸 시간은 꽤 의미 있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진정한 '레트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 군산에는 동남아 해변 부럽지 않은 선유도 해수욕장도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한번 군산 구석구석을 다니고 싶다. -한보연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홍보마케팅 과장
 

2018년 겨울 찾았던 인제 자작나무숲. 이국적인 풍광에 이끌려 한참을 머물렀던 곳이다. [사진=홍정윤 제이파크 아일랜드 마케팅과장 ]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네? 인제 자작나무숲

백두산의 울창한 자작나무숲을 마주한 적이 있는가.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흐르는 영화 '닥터 지바고'를 배경으로 한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작나무숲을 떠올려본다.

그렇듯 자작나무는 그리운 북방의 다른 이름이다. 눈과 자작나무 어우러진 북쪽 세계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 멋진 자작나무숲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2018년 남편과 함께 인제(강원)로 여행을 다녀왔다.

추운 겨울, 흰 눈이 덮인 자작나무숲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숲을 걸으며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우리는 연신 즐겁고 행복했다. 

돌아오는 길에 맛봤던 막국수와 감자전도 무척 별미였다. -​홍정윤 제이파크 아일랜드 홍보마케팅 과장
 

지난해 가을 친구들과 함께 찾았던 원주 뮤지엄산 풍경[사진=김나영 라한호텔 마케팅팀 대리 제공]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전시가 매력적···원주 뮤지엄산

원주(강원) 여행에서 '뮤지엄산'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뮤지엄 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한솔오크밸리에 설계한 전원풍 박물관이다. 무려 8년에 걸쳐 지었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다. 트럭 운전사와 복싱선수 출신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국내외에 팬이 많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미술관이나 종교 건축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와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그리고 지추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파주석으로 꾸민 외관이 신선하고 빛과 물을 활용한 그의 장기는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온다. 

볼거리가 많은 것은 기본이고 계절마다 품은 풍광이 달라져 매번 방문할 때마다 늘 새로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 행복함으로 다가왔다. 보고 듣고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었다. -김나영 라한호텔 마케팅팀 대리
 

지난해 설 명절 연휴때 아이와 함께 떠난 부산 여행. 해운대 앞바다에서 노닐던 그때를 추억하면 지금도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사진=기수정 기자 ]

◆아이와의 추억이 방울방울···부산 해운대

 여름철만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피서객이 모여드는 해운대(부산) 해수욕장. 시끌벅적한 이 공간이 겨울이 되면 한층 차분해진다. 조금은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에 서서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실컷 듣고, 모래 위에 우리만의 추억을 새기는 그 시간은 참으로 행복하기만 하다. 

해변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동백섬으로 이어진다. 왼쪽 어깨와 나란한 바다 풍광에 부드러운 바람과 햇살이 더해져 봄처녀같이 마음이 설렌다. 백사장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가 훌륭한 길잡이가 돼준다.

동백섬은 장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백사장의 모래를 실어 나르며 육지와 연결된 섬 아닌 섬으로, 해운대 백사장과 이어진다. 섬 전체에 동백나무가 숲을 이뤄 부산 여행지 중 첫손에 꼽힌다.

드넓은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장쾌한 풍광은 천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이 1학년 입학을 앞둔 지난해 설 연휴기간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신나게 해운대 해변을 내달리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펼쳐진 공연도 감상하며 보냈던 2박 3일간의 여행이다.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의 가슴 속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소중한 여행 추억이다.  ​-기수정 아주경제 기자
 

이국적인 풍광이 눈길을 끌었던 우도 해변[사진=임미영 코트야트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마케팅팀 과장 제공]

군산항 전경[사진=한보연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홍보마케팅 과장 제공]

원주 뮤지엄산 전경[사진=김나영 라한호텔 마케팅팀 대리 제공]

원주 뮤지엄산 곳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지난해 가을[사진=김나영 라한호텔 마케팅팀 대리 제공]

지난해 삼척 한 리조트 온수풀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던 [사진=이경희 에이치투인터렉티브 이사 제공]

해운대 해변 풍광. 지난해 설 명절, 부산 날씨는 연일 온화해 해변을 거닐기 좋았다. [사진=기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