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총선을 말한다] "민생 위기 극복할 경제 협의체 띄워라"
2020-04-17 00:00
文정부 ‘포스트 코로나’ 대응 여야 협치 절실
“민주당 ‘과반확보’ 오만 땐 역풍 맞게 될 것”
“‘내수·기업살리기’ 구상도 협치 없이 힘들다”
“민주당 ‘과반확보’ 오만 땐 역풍 맞게 될 것”
“‘내수·기업살리기’ 구상도 협치 없이 힘들다”
“중간평가는 없었다. 위기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180석 ‘거여(巨與)’가 탄생한 것을 두고 정치 전문가가 한 말이다. 총선이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치러진 만큼, 민심이 ‘중간평가’보다는 위기 극복에 더 비중을 뒀다는 의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확보한 180석은 제헌국회(1948년) 이후 단일 정당이 차지한 역대 최다 의석수다. 전체 의석수(300명)의 5분의3 이상을 차지한 것도 87년 체제 이후 처음이다.
여당의 180석 확보는 국회에서 개헌을 제외한 각종 법안과 예산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을 뜻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독재나 다름없다. 역대급 거여를 탄생시킨 국민의 뜻은 여당의 오만한 독주가 아닌 여야의 협치(協治)다. 이를 위해선 여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민생·교육 개혁 등 이루지 못한 굵직한 과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독주할 경우 다음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거여’를 이룬 민주당이 협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게 점쳤다. ‘독주’가 가능해진 여권이 굳이 야권에 협조를 구하겠느냐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다. 협치를 신경 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21대 국회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모습을 나머지 정당이 구경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거여’ 민주당이 자칫 오만에 빠져 자충수를 둘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그간 경험을 토대로 보면 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文 ‘내수·기업 살리기’ 구상··· 협치 내각 실패하면 ‘물거품’
문제는 경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경제성장률은 추락했고, 내수도 침체됐다.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충격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 한 민생법안이 수두룩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생각보다 더 나쁜 (경제) 수치들이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현실이 반영된 정부의 빠른 대응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무엇보다 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기업의 도산은 실업자 양산 그리고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여당은 친(親)노동 성향의 경제정책과 반(反)기업적 규제 추진을 추구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복합쇼핑몰 입점을 제한하고 의무휴일을 두게 한다는 대기업 규제 강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야당은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경제 살리기’ 방식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 구상에 협치 내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실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기업 법안도 다수로, 여야 협치 없이 여당의 독주체제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4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보니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 기업 살리기 쪽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