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 "조원태 온 뒤 사내문화 젊어져···일년 지켜볼 것"

2020-04-17 05:00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 위원장들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이후 "내부 분위기가 한층 젊어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노사가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김용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조종사 노조가 조 회장 지지를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반 승무원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노조는 조 회장 지지를 공식화하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지만, 조종사 노조는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조 회장이 어렸을 때부터 항공업을 지켜봐 왔고, 오너 일가 중 경영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했다"며 "KCGI 등은 결국 기업사냥꾼이고, 항공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조 회장이 온 뒤로 조직 분위기가 젊어져 내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대표적인 게 '복장 자율화'"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 조 회장이 취임한 뒤 여름철만 시행하던 노타이(넥타이를 매지 않는 차림) 근무를 연중 노타이 근무로 확대했고, 같은 해 9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전면 자율 복장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노사 간 소통도 활발해졌다. 김 위원장은 "조 회장은 노조 사무실에도 청바지를 입고 찾아와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간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조 회장이) 직원들을 많이 생각하는 게 느껴진다"며 "변화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경계를 늦추진 않았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는 등 아직까지 경영을 제대로 해볼 시간이 없었다"며 "1년간 지켜본다는 마음이지만, 못하면 언제든 견제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항공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16일부터 국내에서 일하는 전 직원의 70%가 6개월간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 전부터 조종사 2500여명 중 절반은 비행기가 뜨지 못해 비행스케줄이 없는 상태였다.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이에 대해 "(휴업에 대해) 내부에서 불만이 없진 않지만, 자기 불만만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조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6일부터 노동부에 휴업을 신고한 상태이고, 일반승무원과 운항승무원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며 "다만 수당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