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칼럼] 코로나총선, 민심이 말해준 5가지 사실과 2가지 충고
2020-04-16 08:32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총선거가 끝이 났다. 이번 선거는 이른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조국-윤석열’이라는 틀로 치러지는 듯했으나 선거결과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선거를 결정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프레임 변화를 겪은 것이 틀림없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번 선거를 ‘여당의 압도적 승리, 야당의 참패’라고 요약할 것이다. 사전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이런 결과가 예측되기는 했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화되고 보니 조금은 충격적이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식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통제방식을 채택한 반면 야당은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과 권위적인 통제방식을 줄기차게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선거결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결과가 보여주는 것들
둘째,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다. 특히 사전 투표율이 높았다. 왜 많은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했는가? 코로나 사태는 한편으로 자신의 운명을 사회의 운명과 일치시키는 사회통합효과를 만들어냈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 달간 지속된 범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일상적 지루함의 탈출이 중요했다. 높은 투표율은 이 두가지 요인, 특히 시민들의 지루함으로부터의 탈출 욕구가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셋째.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진보진영의 올드보이들, 특히 호남에 근거를 둔 거물급 정치인들이 모두 낙선함으로써 확실히 세대교체가 진전된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 정치에서 아름다운 퇴진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다섯째,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부상한 정치개혁의 과제로 시도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실패했다. 야당은 처음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했고, 제도가 도입되자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두었다. 여당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고 또 위성정당을 교체하는 두 번째 꼼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앞으로 이 제도의 지속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겠지만, 소수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큰 시련을 받게 되었다. 배려와 관용이 없는 정치적 후진성이 드러난 것도 이번 선거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교훈과 과제들
선거가 끝나면 승자에게 축하를, 패자에게 위로를 보내는 것이 도리이지만, 이번 선거는 그런 의례적인 인사로 끝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너무 많고 코로나 후속대책도 시급하다. 우선 코로나 때문에 각 정당의 공천과정은 어느 때보다도 부실했고, 시행착오가 많았으며, 시민들의 검증을 충분히 받지 않았다. 당선자들은 이를 명심하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겸허한 자세로 국민들의 여론을 경청해야 할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 수립에 힘을 합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하고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대구의 선택이다. 대구는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이다. 대구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모두 야당 후보를 선택했으며, 여당 후보들은 대체로 30%정도의 득표율을 보여주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난제이자 한국정치의 가장 큰 숙제가 대구해법에 있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대구해법이란 시민들의 주체적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감정의 정치 또는 증오의 악순환을 넘어서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