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웠던 '정치1번지' 빅매치…이낙연, 대권가도 날개

2020-04-16 01:59
종로서 통합당 황교안 대표에 압승
안정 이미지로 중도 확장성 입증
'당내 지지 기반세력 다지기'는 과제

‘이낙연의 힘’ 그야말로 이낙연으로 시작해 이낙연으로 끝났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보수 대권잠룡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낙승함에 따라 차기 대권 가도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4년 차에 치른 총선을 여당 승리로 이끌면서 ‘이낙연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명실상부한 여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대세론 안은 이낙연, 대권가도 날개

개표 초반부터 앞선 이 위원장은 15일 오후 9시 53분께 승부를 확정지었다. 득표율은 60%를 상회했다. 여야 대권주자 1위의 대결로 ‘미니 대선’으로까지 불린 종로 선거지만 이 위원장의 압도적인 승리로 다소 김빠진 선거가 된 셈이다.

이 위원장의 대선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황 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 위원장은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낮은 자세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께선 코로나19가 몰고 온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고 세계적 위기에 대처할 책임을 정부여당에 맡기셨다. 그런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어 “저희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에 많은 의석을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코로나19와 경제위축이라는 국난의 조속한 극복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선거 기간 접전 지역인 서울 종로 선거를 치르는 동시에 전국 선거를 지휘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대신해 전국을 누비며 후보들을 지원했다.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민주당 후보도 약 40명에 달한다. 해당 후보들이 생환한다면 당내 기반이 없다는 약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 확장성 강점…당권 도전 가능성

특히 이번 선거 민주당 승리 요인의 하나로 이 위원장의 중도 확장성이 꼽히는데, 이 또한 그의 대선 가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안정적인 이미지로 영남의 유권자에게도 소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로는 보수 지지세가 강한 곳이지만, 이 위원장은 이곳에서 ‘역대급’ 승리를 거두면서 본인의 실력을 증명했다.

민주당에선 이 위원장의 다음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점치고 있다.

이해찬 지도부의 임기는 오는 8월까지로 이번 총선이 끝나면 민주당은 전대 준비를 하게 된다. 당내 지지 기반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 위원장이 당 대표를 노리며 전대에 출마, 확실한 자신의 세력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대선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당헌·당규 상 존재하는 당권·대권 분리 조항 때문에 당 대표 출마 명분이 없다는 점은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전에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이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약 7~8개월 정도밖엔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다. 다른 전대 출마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포스트 문재인을 향한 이낙연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선거상황실에서 각 방송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