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주총의 변수 국민연금] 주주 행동주의, 찬반양론 팽팽

2020-04-16 11:00
기업가치 제고 vs 경영 독립성 훼손

국민연금은 올해 초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같이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에 대한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로 모시고 있는 금융사의 긴장감은 더 심하다. 금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며 '연금 사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들이 투자 수익 향상과 경영 불확실성을 잠재우기기 위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0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도 주주 행동주의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밀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지난달 '일본 주주행동주의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보고서를 통해 주주 행동주의의 성과로 일본 상장기업의 사외이사 선임 비율, 주주 환원, 수익률 및 투자지표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에도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 큰손인 국민연금도 최근 주주 행동주의 원칙에 입각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조 회장과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지난달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주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앞으로 국민연금이 금융사 인사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주주 행동주의 효과에 대해 시장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해외 주주 행동주의 펀드 등이 나선 결과 기업 가치나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적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주주 행동주의가 당장 상장사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못했지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주주 행동주의의 비판 이후 사업구조가 개편되거나 주주 환원이 늘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반면 금융사에서는 지나친 주주 행동주의가 경영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주주 행동주의가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단기에 목적을 위한 경우가 많은 만큼 효과도 짧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으로 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극히 낮지만 민간 기업의 경영에 연기금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이유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오히려 과도한 경영 개입이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흔들 경우 기업가치가 더 훼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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