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데이] ​오늘 밤 여야 잠룡 운명 결정…천당·지옥 오간다

2020-04-15 00:00
與 이낙연·野 황교안, 종로서 '미니대선'
김부겸·오세훈 등 9인 정치생명 건 도전
승리땐 입지 굳히기…패배땐 정계 은퇴

4·15 국회의원선거(총선)는 여야 잠룡들의 대선 전초전 성격도 띠고 있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잠룡들의 당락은 투표가 끝나는 15일 오후 10시, 늦어도 16일 0시에는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끝나면 각 정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고, 내년 초부터는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 잠룡은 9명 정도로 압축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서울 종로)·김영춘(부산 부산진갑)·김부겸(대구 수성갑)·김두관(경남 양산을) 후보, 미래통합당에서 황교안(서울 종로)·오세훈(서울 광진을)·김병준(세종을) 후보, 야권 성향의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후보 등이다.

흔히 대선에 도전하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험지에 출마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 승리한다면 대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지만, 패배할 경우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정계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치의 세계에선 자신이 가진 것을 걸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접전지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2위로 뒤쫓고 있는 황교안 통합당 후보의 대결이다. 사실상의 ‘미니대선’이다. 역대 종로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3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대선후보 지지도 1·2위의 대결인 만큼 이곳에서의 승자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대로 패배하게 되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대선 레이스에서도 이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이 후보가 황 후보를 상당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나온 결과는 대부분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가 황 후보에 앞섰다.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독주 체제를 더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황 후보가 열세를 딛고 이 후보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야권의 독보적인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후보로 지역주의와 맞서 싸워온 두 사람의 생환도 관심사다. 김영춘 후보와 김부겸 후보다. 두 사람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탈당해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함께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해양수산부 장관·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 내각 경험도 갖췄다. 김영춘 후보와 김부겸 후보 모두 19대 총선에서 현재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했고,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 당선이 된다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번 선거가 양당 구도로 결집돼 치러지는 점은 여권 후보로서는 부담이다. 김영춘 후보는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통합당 후보와, 김부겸 후보는 대구 지역 4선의 주호영 통합당 후보와 맞붙는다. 지역 특성상 김영춘 후보는 경합, 김부겸 후보는 경합 열세로 평가된다.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남 양산을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는 재선 양산시장을 지낸 나동연 통합당 후보가 상대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낙선한 오세훈 통합당 후보는 이번엔 서울 광진을에서 정치 생명을 걸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곳에서 5선을 했고, 이번엔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처음 생긴 이 지역구에서 통합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 후보가 승리한다면 통합당의 외연을 확장해 멀어졌던 대권에 다시 가까이 가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로 정치 신인인 고 후보에게 패하게 된다면 오 후보는 지난 총선에 이어 정치적 입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후보는 세종을에 출마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력으로 ‘세종시 설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 강세지역인 세종을 승리를 바탕으로 잠룡 반열에 오르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통합당 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김태호 후보는 배수의 진을 쳤다. 두 사람 모두 통합당 텃밭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낙선할 경우 정계은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된다면,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펴며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당내 반감과 복당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