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관광산업]OTA부터 코로나19까지...생사 기로에 놓인 종합여행사
2020-04-09 08:00
여행트렌드 변화·OTA 성장에 침체기 겪다 日여행불매‧코로나19에 '휘청'
◆OTA에 밀리고, 변수에 치이던 패키지 여행사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 내국인 해외여행 수요는 개별여행객을 중심으로 지속 증가했다.
여행서비스 유통 구조 역시 플랫폼 기반의 OTA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변화했다. 개별관광객이 지속 증가하고 첨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해외 OTA도 줄줄이 한국시장에 진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하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시장 진출 초기에는 숙박 예약 분야에만 한정됐던 OTA는 항공예약과 쇼핑, 렌터카를 비롯해 여행지 티켓, 체험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확장해 플랫폼 영향력을 높여나갔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패키지 여행을 대중화하며 승승장구해온 국내 종합 여행사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풍부해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호텔 및 면세점, 문화사업 등을 통해 외연을 넓혀왔지만 시스템 플랫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은 OTA를 당해내진 못했다.
변화의 바람은 36년 역사를 자랑하던 탑항공도 문을 닫게 했다. 1982년 설립해 2000년대 중반까지 전국에 150개 이상의 지점을 두며 승승장구하던 여행사가 폐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코로나19 확산이 몰고온 여행사 '패닉'
플랫폼과 콘텐츠 개발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침체기를 극복하려던 종합여행사는 지난해 일본 여행 불매운동으로 악화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19라는 대형 변수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에 국내 빅2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4월 해외여행 수요는 '제로(0)'가 됐다. 무너진 여행수요 회복 여부는 올 연말까지도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다.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80%가, 3월에는 99%가 각각 급감하더니 이달에는 아예 '소멸' 상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여행사에 몰고 온 한파는 그 어떤 업계보다도 더 혹독했다.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된 2월부터 해외여행객 수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 180여개 국가가 한국발 입국을 금지 또한 제한하면서 하늘길까지 뚝 끊기자 그나마 있던 수요마저 사라졌다.
1분기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하나투어는 올해 191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본업인 여행업을 비롯해 면세점, 일본 법인에 이르기까지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매출이 바닥난 상태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 역시 지난해에는 91억원 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88억원 적자다.
생사 갈림길에 선 여행사들은 임원 임금 반납과 전 직원 유·무급 휴가 등 자구책을 내놨고, 관광기금 융자와 국가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매출이 없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까지는 적자 기조를 탈피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여행수요가 회복돼도 올해 전체 실적은 약 20억원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본 불매운동까지 완화돼도 올해 안에 여행수요를 예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입국 제한조치가 풀리고 항공 운항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수요를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