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찬스…해외 인수합병에 팔 걷어붙인 중국 기업들

2020-04-08 15:37
中기업, 코로나19사태로 가치 하락한 '기업 사냥' 본격 나설 듯

중국이 해외 '기업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 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 기회를 놓칠세라 차이나머니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세 속 싼값에 매물로 나온 글로벌 기업 및 자산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M&A를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대부분이 중국 국영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특히 정조준하고 있는 건 유럽 시장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유럽을 덮치면서 유럽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유럽지수는 올 들어서만 23%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으로 몰린 유럽 기업들이 위기를 헤쳐나오기 위해 비핵심사업 부문이나 자산 매각을 하려고 하자 중국 기업이 헐값에 사들이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삼아 중국발 M&A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이 적극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궈신증권은 인도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인 그린코그룹의 지분 10%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국영기업의 해외 M&A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인 만큼, 더 많은 국유기업이 해외 인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국영기업의 인수 대상은 주로 자동차, 에너지, 인프라, 하이테크 기술 등 국가가 전략적으로 미는 산업에 집중됐다. 

중국 민영기업들도 최근 다시금 '먹잇감'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사실 한때 HNA그룹 등 중국 민영기업은 글로벌 M&A 시장의 '큰손'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인' 해외 투자에 제동을 걸며 민영기업의 해외 투자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기업과 자산의 저가 매입 기회를 노리고, 다시금 공격적인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 민영기업 중 하나인 푸싱그룹은 최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가 찾아왔다"며 "이 기회를 틈타 해외 자산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푸싱그룹 자회사인 상하이위위안관광마트(上海豫园旅游商城·위위안)는 최근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Djula)의 지분 55.4%를 2억2000만 위안(약 379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로펌 데커트의 홍콩 파트너 양왕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해외 시장에서 M&A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더욱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 일부 국가는 차이나머니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원하는 비즈니스와 자산을 손에 넣기 위해 적대적 M&A를 동원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유럽에서 중국 관련 투자 안건에 대한 심사는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보험, 헬스케어, 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대한 해외 기업 인수를 규제하기 위한 골든 파워 정책을 시행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독일도 국가적인 이해에 상반되는 딜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