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곡물수출 중단 식품업계 가격인상으로 불똥 튀나

2020-04-08 05:00
국내 곡물자급률 21%...빵·과자 들어가는 밀은 0.7% 불과
코로나로 수출 중단국가 늘어나면 국내에 악영향 불가피
대선제분 지난달 밀가루값 올려…도드람도 상황 예의주시

[사진=Pixabay 제공]


[데일리동방]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일부 국가가 식량 수출금지에 나서면서 국제곡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선물 형태로 거래되는 곡물 특성상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 특성상 코로나19가 심화해 수입이 어려워지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인도·러시아 '식량안보' 내세워 수출빗장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응우옌 쑤어 푹 총리가 직접 식량안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지난달 24일부터 쌀 해외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베트남 쌀은 한해 5만5000t 정도다. 국내 연간 쌀 수입량 40만8700t 가운데 13.5%가 베트남산이다.

캄보디아도 지난 5일부터 쌀을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세계 1위 쌀 수출국인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러시아는 지난달 20일부터 열흘간 모든 곡물 수출을 멈췄다.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은 국가에선 물류 차질이 발생 중이다. 주요 곡물 수출국인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와 방역으로 내륙·해상운송이 단기적으로 지연되고 있다. 중국은 물류 대부분이 회복됐지만 원료공장 가동률이 줄면서 원료 가격이 올랐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밀 가격은 3월 중순 이후 이날까지 약 10% 상승했다. UN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쌀 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하며 201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 상승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31일 발간한 '국제곡물'에서 주요 곡물 수출국 수출 지연 우려로 2분기에 국제 식용과 사료용 곡물값이 각각 3.8%, 3.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국내 업체가 타격을 입을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장기화하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성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팀장은 "여러 국가에서 곡물 해상운송에 약간씩 지체하고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이미 국내 식품업체들이 2분기에 필요 물량은 구매가 끝났다"며 현재 상황이 크게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식량안보'를 위해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가 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 중단 움직임을 이어갈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해 주요 수출국이 항만을 폐쇄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용산구 백범로 오리온 사옥. [사진=오리온 제공]

 
◆식품업계 "영향 없다"vs"가격 인상 불가피"

수입산 밀을 사용하는 빵·과자·라면업체와 수입산 옥수수·콩 등을 재료로 사용하는 사료 제조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곡물자급률은 2018년도 기준 21.7%에 그친다. 특히 밀과 옥수수, 콩 자급률은 각각 0.7%, 0.7%, 6.3%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곡물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주요 업체들은 3개월~1년 단위로 재료를 비축하고, 수입국 다변화로 단기 수급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수입처가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 등으로 다변화돼 있어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제과업체 오리온 관계자도 "곡물 수입 위기에 대비해 수입처를 다양화하고 있고, 재고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곡물값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도 있다. 밀가루를 수입해 기업에 공급하는 업체인 대선제분은 지난달 밀가루 중력 2등급과 1.5등급 공급가를 10% 이상 올렸다.

사료업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드람 관계자는 "연단위 계약으로 올해 사용 분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배합사료 원룟값 상승과 수급 부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