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수수료' 배민, 요기요와 합병 심사 더 깐깐해진다

2020-04-07 16:03
공정위, 이례적으로 사건 조사 공개…"가격 인상? 지배력 남용"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 확산...공정위원장, 심사 속도 시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드러냈다. '배달의민족(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여파가 커지면서 이례적으로 사건 조사를 공개했다. 수수료 인상이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 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7일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은 시장 지배력이 없다면 불가능했다"며 "기업결합 심사 도중에 가격 체계를 개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공정위는 배민의 새 수수료 체계와 더불어 개인 정보 관리 상태와 독과점 문제 등을 두루 점검하기 위해 현장 점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수수료 인상이라니"...배민, 대표 명의 사과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부과 방식을 월정액(8만8000원)에서 정률제(성사된 주문 매출의 5.8%)로 바꿨다. 음식점과 소상공인연합회, 정치권 등은 즉각 반발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배민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일 김범준 대표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고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채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중이고, 코로나19로 영세 자영업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기업 결합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전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 중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12월 30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가 이를 승인하면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89.2%로 높아진다. 배달통을 더하면 100% 독점이다.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이들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음식 가격이나 배달료가 더 비싸질 수 있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져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정위는 개별 사건에 대해선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NCND를 원칙으로 한다. 배민 수수료 인상에 관심이 커지면서 예외적으로 견해를 밝혔다. 함구하고 있으면 오해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규 공정위 경제분석과장은 "가격은 중요한 경쟁의 요소이므로 공정위가 기본적으로 들여다보고 고려하는 사안"이라며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지배력이 강화돼 가격과 서비스, 신규 상품 등의 경쟁이 제한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요기요 수수료 인상률 제한 등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
 
이번 수수료 인상이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 결합 심사에 영향을 줄지가 관심이다. 공정위가 수수료 인상률 제한 등을 전제로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핵심은 공정위가 시장의 범위를 배달 앱, 배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을 어떻게 조합해 정하느냐다. 배달 앱으로만 국한하면 독점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다. 지난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후 국내시장 독과점 체제가 형성된 후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강성 노조 탄생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공정위 [사진=아주경제 DB]

배달 앱이 신사업이라는 점은 변수다. 2009년 이베이(옥션)가 G마켓을 인수할 때도 독점 논란이 컸지만 오픈마켓 시장이 긍정적인 경쟁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승인했다.  

공정위는 배민의 개편된 수수료 체계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가맹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정보 독점 문제도 눈여겨보고 있다. 배달 앱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주문자는 주소·연락처 등의 인적사항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배달 앱은 주문자가 자주 주문하는 지역·메뉴·가게, 즐겨 먹는 요일과 시간대 등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게 된다. 배달 앱이 이를 수집, 분석, 활용하는 데 있어 정보가 정당하게 수집되는지, 수집·분석된 정보가 가맹점에 필요한 수준에서만 제공되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민과 요기요 결합 심사기한은 오는 28일까지지만, 통상 자료 추가 등으로 1년 안팎 걸리는 경우가 많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일 '제19회 공정거래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나 시장 재편 움직임에 따른 기업결합 신청 건을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