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시중은행이 초저금리 대출을 시행중이지만 혜택을 받는 등급 적용이 은행별로 제각각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제시한 신용등급은 기본일 뿐 정작 시중은행 내부에선 '숨은 등급'을 매겨 대출을 내주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 실적 격차가 초반부터 벌어지는 양상이다.

7일 현재 은행권 전 영업점에서는 신용평가사(CB)가 매긴 신용등급 1~3급의 고신용 영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간 3000만원까지 1.5% 금리의 대출을 시행중이다. 이번 초저금리 대출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됐고 3일까지 5대 은행의 대출 승인액은 총 1259억원으로 집계됐다.

농협 500억원, 신한 380억원, 우리 166억원, 국민 160억원, 하나 53억원 순으로 승인액 차이가 큰 데, 이는 은행마다 개별 대출 대상 등급을 정해놓고 있는 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행 초기임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밝힌 등급을 통과해도 결과적으로 은행별 등급을 넘어야 대출이 이뤄지고 있어 소상공인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하는 은행권은 당행의 은행 이용 경험, 예를 들어 급여계좌를 개설하는 등 이용거래 실적이 있어야 등급 설정에 가점을 부여한다. 결국 은행마다 매기는 등급은 CB등급과 다를 수 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초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한 은행별 등급을 보면 국민은행은 자체 13등급 중 1~3등급에 해당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전체 10등급 중 1~3등급을 각각 적용한다. 신한은행은 자체 등급이 BBB+ 이상(전체 21개 중 8등급 이상으로 대출 대상을 설정했다.

하나은행은 CB등급이 1~3등급이면서 자체 신용등급이 1~5등급(전체 15개)인 경우, 농협은행은 CB등급이 1~3등급이면서 자체 등급이 1~5등급(전체 10개)인 경우 초저금리 대출을 내준다.

이런 가운데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넓은 대상 선정 기준을 적용해 그나마 승인이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업점 수가 적은 점 등을 이유로 농협과 거의 동일한 등급을 적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승인 액수가 많지 않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상담이 많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대출 실행 금액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2금융권 대출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마을금고의 경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용평가 없이 제공하는 긴급자금 대출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3일까지 155억원이 집행됐다.

애초 500억원을 공급하려 한 새마을금고는 가파른 대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규모를 1000억원으로 늘렸다.

새마을금고의 일반대출 금리는 3%대 후반부터 4%대 초반으로 시중은행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초저금리 대출 보다 금리가 비싸다. 그러나 은행별 내부 등급에 대한 논란과 소진공 대출의 병목 현상으로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새마을금고에 쏠리는 것으로 보여진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어려운 시국에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대출에 불편함이 없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