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백희나 작가 저작권 문제
2020-04-06 19:11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2013년 신인 작가 시절 맺은 저작권 문제로 소송 중...주장 엇갈려
2013년 신인 작가 시절 맺은 저작권 문제로 소송 중...주장 엇갈려
백희나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저작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해 당사자들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타래처럼 점점 엉켜가고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LMA)’ 심사위원회는 지난 3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백 작가를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ALMA 심사위원회는 “조그마한 미니어처로 구름 빵과 달 샤베트, 동물들과 목욕탕 요정,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그림책은 감각적이고 현기증이 날 만큼 날카롭다”고 평가했다.
이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과 ‘에밀은 사고뭉치’ 등으로 세계 아동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상금은 500만 스웨덴크로나(약 6억465만원). 올해에는 67개국에서 240명이 후보로 올랐다. 백 작가는 구름빵 등 그림책 13권을 출판했다.
서울고법 민사4부(홍승면 구민승 박지연 부장판사)는 지난 1월 백 작가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디피에스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솔교육은 2004년 백 작가가 쓴 동화 구름빵을 출간한 곳이고, 한솔수북은 2013년 한솔교육 출판사업 부문이 분할된 회사다. 강원정보문화진흥원과 디피에스는 한솔교육과 계약을 맺고 구름빵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백 작가는 6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법률적인 용어로 되어 있는 계약서라서 제가 잘은 몰랐지만, 저작권을 양도한다고 되어 있는 부분이 조금 겁이 났다"며 "그래서 수정해 달라고 요구를 했더니 '이것은 모든 작가들에게 똑같이 지급이 되는 계약서인데 희나씨만 특별하게 이런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 형평성 면에서 어긋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구름빵’은 유아 대상 회원제 북클럽 '북스북스'의 수록책으로 제작되었으며, 회원제 시스템 상 판매부수에 따른 인세 계약 방식의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여서 당시 ‘북스북스’의 다른 책들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이 한솔수북 측 공식 입장이다.
이어 한솔수북은 “2003년 당시 무명작가였던 백희나씨를 발굴했다”며 “일반 단행본 동화에 비해 더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체로 만들어진 그림세트를 사진으로 찍어 완성한 구름빵은 백희나 작가가 글,그림 작업을 했고 당시 한솔 직원이었던 김향수 작가가 한솔이 보유한 스튜디오에서 수 개월간 사진을 촬영해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솔수북은 ‘구름빵’을 2004년에 처음 출간되어 15년 동안 대략 40여만부가 팔려 2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4000억대 수익은 사실이 아니라고 바로 잡았다.
백 작가는 ‘구름빵’ 제작 당시 제작비와 재료비로 850만원을 받았고, 이후 전시회를 할 때 1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에도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백 작가는 "처음에 자기 작품을 만들 때 의도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사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솔수북은 “구름빵 흥행 이후 회사가 백 작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자 이의 없이 수정계약도 체결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솔수북은 “백 작가는 2번의 계약(최초의 계약과 단행본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한 것이며, 저작권의 양도, 2차 저작물 활용에 대해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직접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백 작가는 최근 저작권 소송 상고를 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