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멍드는 신흥국 경제...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 전망

2020-04-06 14:36
캐피털이코노믹스, 올해 신흥국 성장률 -1.5% 전망
신흥국들, 자본 유출과 신용등급 강등 이어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신흥국 경제가 멍들고 있다. 약 70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하리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해 신흥국 경제 성장률이 1.5% 뒷걸음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1951년 집계가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민생고 시위로 체력이 약해진 신흥국 경제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라는 새 악재를 만났다.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벤저민 제단 남아메리카 전문가는 "위기 때 신흥국은 무척 불리해진다"며 "자본이 필요할 때 자본은 안전자산으로 도망가고, 수출 수입이 필요할 때 상품 가격과 교역량이 뚝 떨어진다. 세수가 줄어들고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부채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주요국에 비해 코로나19 집중 거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방글라데시 섬유 산업에서 멕시코 아보카도 산업까지 선진국 수요 위축으로 인한 낙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일례로 국내총생산(GDP) 중 3분의 1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멕시코는 미국이 코로나19로 경제 마비에 빠지면서 멕시코 성장률은 올해 -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예상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신흥국 경제는 원유 같은 상품 수출이나 해외 송금, 관광업 의존도가 높아 외부 변수에 특히 취약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제한과 입국 금지는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태국이나 자메이카 등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이들 GDP의 관광업 의존도는 각각 12%와 34%에 이른다.

러시아, 콜롬비아,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등 주요 산유국들은 유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침체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라는 이중고로 올해 들어 반토막이 났다. 러시아는 올해 -2.7% 성장이 전망된다.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성장 둔화를 저지할 수 있는 도구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위기에 빠진 기업이나 실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브라질이나 멕시코의 경우 실업보험 자체가 없다.

또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자본 유출 걱정 때문에 선진국처럼 마음 놓고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도 없다. 코로나19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을 팔아치우고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월 21일 이후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820억 달러(약 101조1470억원)에 이른다. 멕시코 페소, 러시아 루블,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은 모두 3월에만 달러 대비 가치가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IMF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신흥국 경제가 받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80개 넘는 나라에서 20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호 자금을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흥국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잇따르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재정악화와 신용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미 멕시코는 신용등급이 2단계 강등돼 정크 등급까지 1단계만 남겨둔 상황이다. 남아공 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떨어졌고, 아르헨티나는 디폴트 직전 등급까지 굴러떨어졌다.

모건스탠리의 레자 모가담 수석 자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신흥국들은 대체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무사히 회복했지만 이번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제 자본에 대한 접근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