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3개월' 만에 복귀한 정운호, 벼랑 끝 네이처리퍼블릭 일으키나

2020-04-05 12:57
출소 3개월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
옥중 사전 준비로 활발한 사업 전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사진=네이처리퍼블릭 제공]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55·사진)가 만기 출소한 지 석달여 만에 복귀했다. 정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각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침체에 빠진 네이처리퍼블릭 일으키기에 한창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9% 급감한 1899억원이다. 2015년 2848억원을 기록하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1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은 128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가 지난 2003년 '더페이스샵'을 만들어 LG생활건강에 매각한 후 2010년 론칭한 브랜드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은 극심한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줄폐업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존폐기로에 선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를 다시 수장으로 선임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정 대표는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적 제품 개발을 통해 K-뷰티 재도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자숙 기간 없이 고작 3개월 만에 복귀한 정 대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대표는 2015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구속된 후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판사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을 통해 구명 로비를 벌인 '정운호 게이트'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추가돼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 1호점. [사진=서민지 기자]

그동안 정 대표는 옥중에서도 출소하자마자 네이처리퍼블릭 경영에 복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벌여왔다.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75.37%를 차지한 만큼 가족을 통해 네이처리퍼블릭을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다. 정 전 대표의 배우자인 정숙진 의장은 2016년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으며, 이외 요직에 자리한 정 전 대표 친인척은 그의 복귀를 도왔다.

수감 생활 중인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10곳 가운데 절반 이상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구체적으로 △세계프라임개발 △쿠지코스메틱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오성씨엔씨 △세계프라임 △에스케이월드 등이다. 특히 사내이사로 등재된 계열사 6곳 가운데 5곳은 '1인 사내이사' 체제다. 사실상 정 전 대표가 옥중에서 대표이사로 계열사를 장악해온 셈이다.

때문에 정 대표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공백 기간 없이 각종 사업 전선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이사 선임 주주총회에 불참, 직원들에게도 이렇다 할 다짐의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정 대표는 지난 1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열린 한국테크놀로지 손소독제(핸드앤네이처세니타이저겔) 미주지역 독점 판매권 계약 체결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베스트셀러인 손소독제로 코로나19로 손소독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미주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정 대표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아직까지 직원들에게 별다른 말씀은 전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임직원과 주주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열린 계약 체결식에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오른쪽)와 김용빈 한국테크놀로지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테크놀로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