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안 마무리 앞둔 삼성, 성과급 체계 개선 '당근'까지?

2020-04-01 18:01

삼성그룹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임금 협상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지만 오히려 내부에선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악화로 올해 임금 인상률이 2%대에 머무르자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는 임직원들의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전향적으로 성과급 지급 체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1일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노사 교섭을 요구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기존 사원 대표기구인 노사협의회가 진행해 온 올해 임협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임금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은 2.5%로 결정되면서 행동에 나섰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삼성전자 노사협의회의 협의 결과를 전 직원에게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통보하면서 어떤 입장 차이가 있고, 무슨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인지 정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이번 임협을 '유사임금교섭활동'이라고 비판하며 "노사협의회는 법적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이나 단체행동권이 없기 때문에 임금교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교섭 결과 또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측에게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본격적으로 임직원의 근로조건 향상과 노조를 할 권리 쟁취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사측은 향후 진행될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에서는 임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이 2%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으나, 노사협의회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출범한 한국노총 산하 노조도 삼성화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26일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올해 삼성 계열사들의 임협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타결됐던 예년과 달리, 이미 임협 일정이 2~3주가량 늦춰졌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상황에서 협상이 틀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향적으로 노무 사안에 접근하는 등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협의회와의 임협에서 성과급 지급 체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별 실적 목표와 성과급 산정 기준, 진행 상황 등을 임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반응이 좋을 경우 다른 계열사에도 비슷한 방식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전반에 노조 설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임협에서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경우 앞으로도 노조가 강경 방침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서울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