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코로나19 국민소통센터, 어렵지 않다

2020-03-25 10:21
국가-국민 사이 가볍고 빠른·직통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온 나라와 세계가 어수선한 요즘 국가와 국민의 직접 소통,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국가가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국민에게 직접 제공하고, 국민은 다시 국가에 피드백을 주는 직접 민주주의의 방식. 

내가 사는 집, 다니는 직장 주변에 확진자가 있는지, 그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재난기본소득을 준다는데 우리 동네는 어떤지, 학교 개학은 또 연기하는지 등 코로나19와 관련해 너무나도 많은 뉴스가 쏟아진다. 똑같은 뉴스의 반복은 예삿일, 매체·출처마다 숫자를 포함한 팩트가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 내가 만약 이탈리아에 사는 교민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어떨까. ‘이탈리아 교민 전세기’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포털 네이버, 다음을 검색했다. 그 어디에도 정부 부처 등 책임있는 공공기관의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되는 내용은 뜨지 않는다. 대부분 언론사 뉴스, 또 이를 인용한 블로그, 카페글 일색이다.

25일 오전 9시 현재 외교부, 국토교통부, (일부 기사에 출처로 인용된) 주 밀라노 한국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갔지만 전세기와 관련한 공지사항은 없다.

다시 구글 홈페이지로 들어가 구글링을 해봤다. 역시 가장 먼저 뜨는 건 기사. 이 기사의 출처를 보니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대사관이다.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공지사항에 3월 23일 작성된 ‘전세기 수요조사 마감 공지’가 떴다. “3.23(월) 15:00부로 로마 출발 전세기 탑승 수요제출 기간이 마감되었습니다. 탑승수요 제출자들에게 개인별 이메일을 통해 전세기 운항 관련 사항을 안내드리고, 최종적으로 실수요를 파악할 예정이오니, 금일 18:00까지 개인 이메일을 반드시 확인하여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과연 이탈리아 대사관은 이탈리아에 사는 모든 한국인들의 이메일 주소를 파악하고 있을까. 만약 그렇다 해도 대사관 홈페이지에 어디서 어떻게 전세기를 타야하는지에 대해 안내해야 하지 않을까.(제발 이미 개인 이메일로 보냈기를 바란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등 책임있는 부처들이 “현재 이탈리아 교민들을 태울 전세기를 마련 중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발표하겠습니다.”라는 공지사항를 띄우는 게 이리 어려운 일인가 싶다. 

요즘 하루 여러 차례 긴급문자가 온다. “[00구청] 코로나19 0번째 확진자 발생. 역학조사중.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참고 바랍니다.” 그런데 그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참조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찾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한 경우가 많다. 매일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보려면 K-TV 사이트에 들어가야 하고 실시간 통계는 너무 많은 곳에서 내보낸다. 궁금한 정보를 찾으려면 질병관리본부는 기본이고 청와대, 교육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의료 관련 협회 등 적지 않은 각각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제각각 서핑해야 한다.

'마스크 대란'에서 나타난 정보 부재, 불통의 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코로나19 '뉴스'보다 공신력과 권위를 가진 믿을만한 '정보'를 집약해 놓은 허브, 플랫폼이 필요하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공식적이고 실용적인 정보가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와 국민, 서로 ‘중간에 아무 것도 거치지 않고’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직통이 가능하다. 이를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소통센터는 입법·사법·행정·지자체·공공기관 등을 모두 포괄하는 공적 영역의 총합으로서의 대한민국과 국민 사이에 ▲가공된 뉴스와 의견이 배제된 ▲미디어를 거치지 않는 ▲직접 소통을 가능케 하는 컨트롤 타워다. 이제 만들 때가 됐고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국민소통센터를 통해 국가와 국민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직접 소통하는 상황을 그려보자. 정부는 각 부처와 지역, 기관에 뿔뿔이 흩어진 무수히 많은 코로나19 관련 공식 정보를 이곳으로 일원화한다. 개개 '정보 파이프라인'의 중심인 이 곳에서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고 가짜 뉴스를 배제할 수 있다. 한 약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을 통해 마스크를 지급하자”와 같은 아이디어도 이 소통센터를 통해 더 활발해 질 수 있다. 국가는 국민에게 제대로 된 공식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다.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상호적이다.

무엇보다 국민소통센터는 가볍고 빨라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가볍다는 건 인원, 예산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과거 공보처, 국정홍보처처럼 대규모 조직 신설,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각 부처와 지자체, 주요 기관의 공보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 포스(TF)를 만들어 각 사안에 따라 부처별, 기관별 국민소통 이슈를 제안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종합하는 방식이다. 또 투입되는 에너지가 적은만큼 신속하고 민첩하게 이뤄지는 경영 개념을 도입, 이른바 애자일(agile)한 조직이 돼야 한다. 그래야 가볍고 빠르다.

나아가 빅데이터,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SNS 실시간 대화 방식을 국가-국민 소통 모델에 적용시키는 아이디어도 검토할 만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으로 국가 중요 정보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제공하고 궁금증에 대한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전쟁이 한창인 요즘 가볍고 빠른 국가-국민 직접소통 컨트롤타워인 국민소통센터가 있다면 어떨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아닌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입하면 경찰, 검찰은 물론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행정부와 국회, 법원까지 아우르는 공보담당자들이 ‘n번방 소통TF’를 꾸리면 된다.

국민소통센터, 대형 사무실 마련하고 인사 발표하고 많은 예산 필요 없다. 관련 공무원들 SNS 단톡방부터 만드는게 첫 단추다. 홈페이지 제작, 앱 설치, 카카오톡 계정 설정 등 오래 걸리는 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