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경제, 中企 현주소 ⓶워라밸]‘아빠 육아휴직’ 9년새 1%→18% 급등…中企는 ‘아직’

2020-03-25 08:00

[게티이미지뱅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 기업 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장시간 노동으로 가정을 건사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최근 가족생활을 공유해야 한다는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워라밸로 꼽히는 남성의 육아휴직도 급증했다. 문화가 바뀌면서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워라밸 문화는 아직까진 대기업 중심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의 일·가정 양립지원 사업 지출 실적은 2018년 1조3399억원에서 지난해 1조7882억원으로 33.5% 증가했다. 올해 계획안은 1조8399억원으로 2.9% 늘었다. 한해 쓰이는 예산 중 80% 이상이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이다. 모성보호·육아지원은 출산 전후 휴가나 급여, 근로시간 단축, 육아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사업이다.

정부의 관련 사업 예산이 늘어나는 건 직장 내 일·가정 양립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다. 한 조사에서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가 꼽은 ‘좋은 직장 조건’ 1위가 워라밸로 꼽히기도 했다. 워라밸 확산 문화를 볼 수 있는 수치 중 하나는 남성의 육아휴직 증가세다.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중은 2009년 1.4%에서 2018년 17.8%로 크게 늘었다. 최근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이 남성인 셈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같은 기간 남성의 육아휴직자 수는 35배 가량(509→1만7662명) 늘었다.

이 기간 남성이 육아휴직을 할 때 자녀의 연령은 0.5세에서 3.2세로 높아졌다. 여성은 0.3세에서 0.9세로 소폭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이는 과거 자녀가 태어났을 때 여성 또는 남성 중 한명이 육아휴직을 선택해야 했으나, 지금은 여성이 먼저 육아휴직을 내고, 이후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다.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워라밸 문화는 아직 대기업에 집중된 편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이 있다는 비율은 17.9%인데, 대기업(43.6%)이 중소기업(12.9%)의 3배 이상 높았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육아휴직자의 65%는 공무원과 대기업 종사자였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에서 새로운 것(워라밸 제도)을 도입할 때 대기업과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남성 육아휴직이나 저녁이 있는 삶, 탄력근로제, 자기개발 등 제도를 운영하려면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임금 주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런 제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