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외신의 "한국 방역" 폭풍 예찬, 과연 사실일까?

2020-03-24 00:40
진단키트 수출, 50개국 접촉·7만개 계약..."수출여력 갖춘 상황"
WHO "교과서적 우수사례"...이탈리아 '정부 차원 스터디 그룹'
유발 하라리 "투명한 정보·자발적 시민참여...서구사회 배워야"
일본, 드라이브 스루 검진 비판 철회...19일 나고야서 첫 도입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대륙을 강타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속수무책으로 번지는 코로나19 그림자에 각국은 강도 높은 대응책을 짜내고 있지만, 해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과 각국 정부들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책에 주목하며 연일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① "韓 진단키트" 수출 요청했다?

23일 기준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위한 국내산 진단키트 수출과 관련해 약 50개국이 우리나라와 접촉한 상태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국산 진단키트의 공식 수출 개수만 해도 7만개가 넘는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루마니아에 각각 5만1000개와 2만개를 긴급 수출한다.

23일 외교부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 차원으로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수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역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마스크나 손 소독제와 같은 수출제한 대상이 아니며, 우리 기업이 수출여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외국의 한국 공관과 주한 외국공관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단키트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해 온 국가는 동남아 3개국, 중동 4개국, 유럽 2개국, 독립국가연합(CIS) 2개국, 중남미 2개국, 아프리카 2개국, 기타 2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진단키트를 포함해 방호품 지원이나 보건 전문가 파견을 요청한 나라는 총 26개국에 달한다.

이 외 민간 차원에서도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은 30여개 나라로부터 직접 수출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3월 25일 아랍에미리트를 공식 방문해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얘기를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② "韓 대응체계" 본받아라?

지난 20일(현지시간)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사례를 "교과서적인 우수사례"로 꼽았다. 다른 나라처럼 전면적으로 국경을 봉쇄하거나 여행·이동 제한을 강제하지 않고도 코로나19를 억제했다는 이유다.

이는 지난 18일 WHO 자문위원단의 긴급 방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 더욱 무게감이 있다. 이날 WHO 자문위원단은 코로나19 공동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서울의료원을 찾았다. WHO 공식팀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관련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선 병원을 찾은 것은 서울의료원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서울의료원에 방문한 WHO 자문위원단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급등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조차 의료자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각국은 감염환자의 사망률과 직결하는 병상 수 확보를 두고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와 관련해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리 정부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병상 부족 사태를 해결해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에 주목했다.

WSJ은 "저위험 확진자를 일반 연수시설로 전환함으로써 의료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보호할 수 있었다"면서 종합병원에는 중증의 고령 환자를 주로 입원시키고 젊은 층과 무증상자는 삼성생명보험과 LG디스플레이 등의 사원 연수 시설에서 격리 조치한 사례를 소개했다.

매체는 이 결과 8900여명의 확진자 중 104명이 사망하고 병상 대기 중 사망 사례는 5건에 그치는 획기적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유럽 최악의 확산 상태를 맞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1일 월터 리치아르디 이탈리아 보건부 자문관은 "한국 대응 모델의 세부 방식을 연구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스터디 그룹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며칠간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그래픽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따라야 한다는 확신이 든다"며 "보건장관의 동의를 구해 이탈리아도 이를 채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의 저자로 알려진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교수는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한국이 투명한 정보 공개, 자발적 감시와 시민 참여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며 서구사회가 이를 배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세대 인류가 맞이한 가장 큰 위기"라며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참여, 국가 간 고립과 국제적 연대의 선택지가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몇 주 동안 세계가 내린 선택이 향후 몇 년간 이어질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며 인류가 시민권의 강화(citizen empowerment)와 국제적 연대(global solidarity)를 선택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고립(isolation)은 절대로 전염병을 막고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유일한 해결책은 정보를 최대한 빠르고 널리 공유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분열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연대의 길을 택할 것인가?"라고 인류의 자성을 요구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유발 하라리 기고문 페이지. [사진=파이낸셜타임스(FT) 홈페이지]

③ "韓 방역방식" 열풍 더 커졌다?

우리나라 방역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각국에서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는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를 열었지만, 불과 다음 날 하루 동안 운영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검진을 받으려는 차량 행렬이 몰리면서 의료자원과 인력 부족으로 정상적인 가동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방정부에 500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하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지방정부와 외신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난 대응에 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공영방송인 PBS는 13일 저녁 뉴스에서 '한국은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돈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제목의 5분 26초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PBS는 침착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검사장 자원봉사와 기부행렬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한국과 미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 운영의 근본적 차이점을 지적했다.

매체는 의료진들이 검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차적인 운영 업무를 자원봉사자들이 맡는 점을 비추면서 "돈은 단지 싸움의 일부일 뿐, 기꺼이 모이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11일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가 우리나라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성공적 대응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문을 연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한편 드라이브 스루 검진 방식에 비판적이었던 일본 정부도 결국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를 도입했다. 지난 19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나고야시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15일 공식 트위터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에서는 의사의 진찰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은 실시하고 있지 않다"는 글을 올리며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를 비판했다. 다음날인 16일에도 후생성 관계자는 언론에서 "한국에서 시행 중인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보건당국의 판단 결과 일본과 맞지 않아 관련 요청은 하지 않았고, 계획도 없다"며 "한국이 시행 중인 검사 방식은 의사가 직접 진찰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19일 마이니치신문은 가토 가츠노부 후생노동성 장관이 17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해 "당초 (드라이브 스루 비판 트윗에) 정확하지 않은 곳이 있었다.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WHO 근무 경력으로 명성을 얻어 일본 방송에서 자주 의료 자문을 해 온 의사인 무라나카 리코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감염 확산을 일으킬 수 있다던 발언을 철회했다. 그는 19일 트위터에 "검체 채취자 방호만 제대로 하면 자가용을 격리시설로 사용해 오히려 원내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정정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세계 6개 대륙 중 가장 늦게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중남미 각국 정부도 우리나라의 대응법 공유를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지난 20일 우리나라 정부는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대응법을 공유했다. 이날 장명수 아르헨티나 대사는 "아르헨티나 측은 우리 자가진단 앱과 자가격리 앱에 관심을 보였다"며 "아르헨티나는 아직 확산 초기 단계라 우리 경험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멕시코와 칠레, 온두라스 등이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와 진단키트에 대한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중남미 주요 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을 소개하며 폭넓은 검사와 빠른 진단, 효율적인 의료체계 등을 조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