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로 얼룩진 카카오톡 10주년

2020-03-19 00:10
카카오 미래 10년 비전 공개한 김범수 의장... 정작 카톡은 올해만 세 번째 오류 일으켜

카카오톡 서비스 10주년이 메시지 수·발신 오류로 얼룩졌다. 회사는 다음 10년 동안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지만, 잦은 서비스 오류를 겪은 이용자들은 기본에 더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18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톡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카카오의 향후 10년 경영 방침을 공개했다. 이날은 카카오톡 서비스를 출시한 지 딱 10년이 되는 날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 제공]


김 의장은 카카오 전 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지난 10년 동안) 카카오는 커머스(쇼핑), 콘텐츠, 캐릭터, 모빌리티, 금융, 블록체인, 인공지능, B2B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어도 결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시즌 2라 할 수 있는 다음 10년에는 미래 산업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카카오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으로서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첫발을 뗀 카카오는 2월 기준 재계 서열 32위, 계열사 92개를 보유한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반면 잦은 오류에 시달린 이용자들은 카카오가 사업 확장·사회적 책임과 함께 메신저 서비스로서 본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월 1일에 이어, 3월 2일 오전과 3월 17일 저녁에도 메시지 수·발신 오류를 일으켰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17일 18시 50분부터 약 30분 동안 메시지 수·발신 오류와 접속 오류를 겪었다. 사진·파일 전송도 중단됐으며, PC 버전 역시 "서버로부터 대화 내용을 불러오지 못했다"며 "잠시 후 다시 시도해달라"는 안내가 떴다.

직장인 권모씨(37)는 "친구와 대화 도중 카톡 메시지 전달이 되지 않아 결국 전화를 걸어야 했다"며 "얼마 전에도 오류를 겪었는데 또 오류가 일어나니 불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문자 메시지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잦은 오류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알림톡과 카카오페이 청구서 기능을 통해 기업의 알림·홈보 메시지와 각종 청구서 메시지를 문자를 대신해 발송해주고 있다. 오류가 잦아지면 중요한 청구서를 전달받지 못하게 될 위험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이 밝힌 대외적인 오류 원인은 '네트워크 장애'다. 카카오는 1월 1일에는 트래픽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 설치한 비상대응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문제가 생겼다고 구체적인 원인을 밝혔지만 남은 두 건의 장애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힘든 네트워크 장애라는 말로 뭉뚱그렸다.

IT 업계는 인프라와 관리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인색한 카카오의 경영 방침이 '잦은 카카오톡 오류'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네이버, 페이스북, 텐센트 등 다른 대형 메신저 서비스 업체와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여러 곳에 위치한 국내 이동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기업보다 네트워크 시스템 고도화나 문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반면 일본 데이터센터와 전 세계 리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라인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메시지 수·발신 오류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동안 카카오는 굳이 수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3월 기준 경쟁사 네이버는 두 번째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 반면, 카카오는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올해 카카오페이지·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 등 많은 계열사의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이번 오류들처럼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에 문제가 잦아지면 모든 계열사 서비스가 함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