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이기주의자"…中, 해외 입국자 혐오증 확산
2020-03-18 14:29
코로나19 역유입 증가, 위기감 고조
몰려드는 입국자, 사회적 불안 확대
격리 규정 어겼다 비난 여론에 퇴사
28시간 굶은 입국자 미담 사례 포장
몰려드는 입국자, 사회적 불안 확대
격리 규정 어겼다 비난 여론에 퇴사
28시간 굶은 입국자 미담 사례 포장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역유입이 확산하면서 해외 입국자를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입국자의 일탈 행위에 사회적 비난 여론이 집중되는 등 혐오증에 가까운 반응까지 포착된다.
1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13명으로, 이 가운데 12명이 해외 역유입 사례였다.
사실상 해외 입국자 관리가 중국 내 코로나19 방역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
이에 따라 입국자를 강제 격리하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 격리 비용도 개인에게 전가하는 등 입국 문턱을 최대한 높이는 추세다.
상하이와 허베이성 탕산, 장시·쓰촨성은 의료보험이 없을 경우 검사·치료 비용을 입국자가 내도록 했다.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한 중국인이나 화교, 외국인의 의료 비용은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역유입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입국자를 이기주의자나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비난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날 남방도시보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이 밀려드는 입국자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에는 국제선 전용 입국장에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에스컬레이터 가동이 중단되고 짐을 찾는 데도 몇 시간이 소요됐다.
자오잉(趙瑩) 서우두공항 부사장은 "3터미널 D구역은 전염병 발생이 심각한 국가에서 온 입국자를 2000명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15일에는 36편의 항공편이 착륙해 입국자가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남방도시보는 "일부 입국자는 짐이 너무 많았는데 한 항공편의 경우 5명의 탑승객이 121개의 수화물을 실었다"며 "이 때문에 짐을 찾는 데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 보도나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아예 이사를 온거냐', '세금을 더 부과해라', '자부담 격리가 당연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조국을 힘들게 하는 파렴치한', '극단적인 이기주의자' 등의 날 선 비난을 쏟아냈다.
몇몇 해외 입국자의 일탈 행위도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되면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베이징으로 입국한 호주 국적의 한 화교 여성은 14일간의 자가 격리 기간 중 밖에 나가 조깅을 한 게 드러나 주민위원회 및 이웃과 마찰을 빚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해당 여성이 근무하던 제약회사 바이엘 중국법인은 그녀를 해고했다. 벌금이나 경고로 끝날 일로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다.
상하이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던 한 여학생이 격리 장소에서 생수를 주문했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 '협객도'(俠客島)는 이 소동에 대해 "(해외 입국자들은)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되니 폐는 끼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반면 비상식적인 일이 미담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중국 국적의 한 이탈리아 유학생은 지난 9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출발한 뒤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를 경유해 베이징에 도착할 때까지 28시간 동안 기내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식사도 안 했다.
이 유학생은 기내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저우일보 등 중국 언론은 "해외 입국자들의 올바른 자세다.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역유입 증가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해외 입국자를 상대로 혐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일들이 늘고 있다"며 "한국인 등 외국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