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 정부 지원도 못받고 문닫는 여행사·호텔 속출

2020-03-18 12:20
코로나19 여파에 여행 자제 분위기 확산…상반기 영업손실 불보듯

홈페이지 안에 임시휴업 안내문을 게재한 서울 명동 크라운파크호텔[사진=크라운파크호텔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하면서 관광산업이 줄줄이 망했습니다. 당장 저희도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서울 한 여행사에 근무하는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회사가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대형 여행사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아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지원 전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행 안간다···불안감 확산·위축된 심리에 여행사들 휴·폐업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바운드(외국인 국내여행)와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여행), 인트라바운드(내국인 국내여행) 시장이 동시에 무너져내렸다. 국내 여행사는 큰 타격을 입었고, 업장 휴·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줄인 게 여가활동 비용이어서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여행을 자제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들이 내놓은 무급휴직이나 임금 삭감 등도 큰 제약이 됐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여행업과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공연업 등 4개 업종 사업장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주는 내용을 담은 관광·공연업 등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을 고시했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에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유급휴업·휴직 조치를 할 경우 정부가 휴업·휴직수당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 여행사와 기타 여행 보조 서비스업, 호텔업‧휴양콘도 운영업‧전세버스 운송업‧외항 여객 운송업‧내항 여객 운송업‧창작 예술 관련 서비스업 등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관광진흥법상 여행업과 관광호텔업, 한국전통호텔업 등도 지원 대상이다. 사업장 1만3845곳에 근로자 17만1476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해선 정부 지원 수준이 90%까지 높아지고, 노동자 1인당 한도도 7만원으로 늘어난다. 국내 1‧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도 지난달 고용부에 지원금을 신청했다. 이들 여행사는 각각 주3일 근무제와 전 임직원 대상 2개월 유급휴직을 실시하며 위기 극복에도 나섰다.

하지만 상황을 버틸 여력이 없는 중소여행사는 정부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국내 첫 환자가 나온 1월 말부터 한 달간 110곳이 넘는 중소여행사가 폐업신고를 했다.

매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김현용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형 여행사 1분기 영업손실이 평균 14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보수적 가정을 하지 않아도 여행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며 "여기에 도쿄올림픽마저 취소될 경우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조현미 기자, hmcho@ajunews.com]


◆임금반납 등 고육지책 호텔업계···중소형 관광호텔은 폐업 수순

이런 상황은 호텔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임금 반납이나 휴업 등 고육지책을 내놨다. 객실 가동률이 10~20% 수준에 불과하고, 대형 행사가 취소되는 등 피해가 잇따른 데 따른 결정이다. 식음업장 이용객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도 매출에 영향을 줬다.

대형 호텔인 잠실 롯데호텔월드 뷔페 라세느와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뷔페 아리아는 주말(금~일)에만 영업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뷔페 테라스는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호텔 임원진은 지난달 3개월 급여 10%를 자진 반납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도 이달부터 3개월 동안 기본급 20%를, 총지배인과 팀장 등 리더급 직원은 직책수당을 각각 반납하기로 했다.

그마저도 어려운 중소형 호텔은 줄줄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용산 드래곤시티에 있는 호텔 네 곳 중 4성급 호텔인 이비스는 객실 운영을 중단했다. 호텔 관계자는 "운영 중단이라기보단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4성급 호텔 이비스 객실 예약고객에게 5성급 노보텔 객실로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즈호텔 명동2호점이 내부 시설 개보수를 이유로 휴업에 들어갔고, 중구 명동 크라운파크호텔도 잠시 문을 닫았다. 

방한 외래객이 주 고객인 관광호텔로 불리는 4성급 이하 호텔 사정은 더 심각하다. 서울 명동 3성급 호텔인 호텔스카이파크는 최근 명동 4개 지점 중 3곳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온라인여행사(OTA) 트립닷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월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호텔 100여곳이 숙박상품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인 이용 비중이 높은 3‧4성급 호텔이다.

정오섭 한국호텔업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20곳 넘는 서울 시내 호텔이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무기한 시행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은 직원 수를 줄여서 영업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3성급 호텔부터 폐업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전망도 비관적이다. 코로나19가 상반기 안에 진정되더라도 호텔업계는 최소 30% 매출 하락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더 장기화하면 매출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호텔신라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영업이익은 98%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롯데호텔 매출은 30%, GS리테일 호텔부문은 41.3% 각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텔 객실을 대대적 할인해주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사태가 길어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감한 내외국인 수요가 채워지기까지 보통 2~3달 이상 걸리는 만큼 휴·폐업하는 호텔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