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멈춰진 학원 "사회적 비난·경제적 어려움 이중고"

2020-03-17 16:25

"요즘처럼 학원 운영이 어려울 때가 없어요. 학원이 쉬어도 PC방 가는 애들은 갈텐데 학원을 무슨 집단감염의 온상처럼 취급하거나 돈벌이 때문에 학생들 안전은 뒷전에 억지로 개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교육부가 오는 4월 6일 개학을 발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학교 개학 연기 기간이 총 5주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학교에 발맞춰 휴원했던 학원들이 "더는 문 닫고 있을 수 없다"며 개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원 선제 방역하는 송파구 관계자 (서울=연합뉴스)

학원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부상할까? '학습 공백에 시름깊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자녀를 학원을 보내지 않았던 학부모들도 학습 공백 우려 탓에 다시 학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학원가에서 지역 감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학원가에 따르면, 국어·영어·수학 등 정규 교과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들 상당수가 이번 주에 개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지난 12일 42.1%였으나 16일 23.8%로 나흘 만에 18.3%포인트 감소했다. 총 2만5000여곳 중에 문을 열고 수업을 진행한 학원이 지난주까지는 1만4000여곳(개원율 약 58%)이었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1만9000여곳(개원율 약 76%)으로 늘어난 것이다. 4600여곳이 다시 문을 열었다.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인 강남·서초구의 학원 휴원율은 16.95%에 그쳤다. 메가스터디학원·종로학원·청솔학원 등 대형학원 상당수도 전날 개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휴원율 하락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개학 연기 브리핑에서"'사회적 거리두기'에 학원도 협조하고 동참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하고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부가 국세청·경찰·소방 등과 함께 대형학원 위주로 현장 점검에 나서 휴원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정적 부담·방역비도 학원의 몫 '지원대책 절실'
그러나 학원들도 마냥 문을 닫고 있을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최근 학원가에는 초·중학생 대상 수업은 쉬고 고등학생 수업만 부분적으로 열거나, 자율 등원하라고 공지하고 등원하는 학생에게만 수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한 수학학원 강사는 "고등학생이 40명 정도 다니는데 자율 등원하라고 했더니 어제 22명이 왔다"면서 "학부모들께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느냐'며 거듭 확인하고는 등원시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개학 연기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도 점차 늘고 있다.

학부모들이 교육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아직은 감염 우려 때문에 학원에 보내기 꺼려진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지만 학교도 쉬는 마당에 자녀들의 학습공백을 우려해 학원에 보내려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는 것.

학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휴원을 권고해 이미 3주 동안 휴원했는데 별다른 재정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아 더는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교육부는 휴원하는 영세 학원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과 초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학원들은 방역 비용이나 강사 인건비 등을 직접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휴원을 계속할 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관악구의 M학원 원장은 "휴원하더라도 강사들 월급은 그대로 지급되어야하는데 학생들이 등원하지 않으면 그만큼 학원비를 빼줘야한다"며 "들어오는 돈은 없는데 강사들 월급과 월세, 공과금 등 고정지출은 그대로이고 여기에 학원 방역 비용, 손세정제, 마스크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다 자체적으로 학원에서 마련해야하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학원들은 "사회적인 비난의 시선이 가장 두렵다"며 "학원도 신천지처럼 잠재적인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걱정이다. 그냥 아이들을 교육하려는 것 뿐인데 억지로 문을 열었다가 혹시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더 큰일이다. 아무도 확답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정말 답답하다"고 깊은 시름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