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계 하이패스 '코레일 스피드 게이트' 도입 좌절…"또 다른 혁신 도전 중"

2020-03-17 14:24
2년여 전 개발한 후 실증했지만 '실효성 부족' 결론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2년여 전 개발한 '스피드 게이트' 시스템을 실증한 결과, 확대 도입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다.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교통카드를 개찰구에 접촉하지 않고 이용자가 지나갈 때 자동으로 결제토록 해봤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코레일 직원이 2018년 6월 7일 코엑스에서 '스피드 게이트'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 = 코레일]


17일 본지 취재 결과, 코레일이 '스피드 게이트 시범역사'로 지정할 예정이었던 구로역에 관련 시스템을 설치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코레일은 출퇴근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 2018년 11월부터 새 기술을 적용해 이동 편의성 증대 효과를 실험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코레일 구로역사 및 본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스피드 게이트 기술은 2018년 말 서울역 경의중앙선 한 곳에만 적용됐다가 지난해 초 제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스피드 게이트 이용자와 비이용자가 섞여 오히려 이동시간이 더 길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특성상 고속도로처럼 차선을 구분해서 하이패스 이용자와 비이용자의 동선을 나누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또 이 관계자는 "교통 편의성을 높이려는 좋은 시도였지만, 아쉽게도 확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새 혁신사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향후 공개할 예정인 기술로는 전차선로 고장 및 열차 지연의 원인이 되는 '까치집 검출 고도화 기술'과 '철도 내비게이션 시스템 기반 열차 접근 경고 앱' 등이다.

우선 매년 평균 7073개(2015~2018년)에 달하는 까치집을 맨눈으로 확인하고 제거 중인 코레일은 검출 시스템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조류로 인한 열차 장애가 매년 2~3건씩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연구목표는 영업용 전동차량에 검출률 95% 이상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탑재하고, 운행 중 포착한 사진을 담당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난해 9월경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 같은 해 말 호남선(익산~나주)에서 실증한 결과 검출률이 96.2%로 집계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선로 위 작업자가 열차가 접근할 때 휴대전화로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든다. 이달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올해 말 보급할 예정이다.

이 경고 앱은 2018년경 구축한 실시간 열차운행 모니터링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지하에 있는 열차의 위치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신기술 특성상 본래 일정대로 사업계획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 외에도 열차 유리창에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를 띄우는 등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